코는 얼굴의 한가운데 오똑 솟아나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이야기 하다 자기를 가리킬 때 손가락을 코로 향하며 자기를 나타낸다. 즉 코는 자기표현을 하는 중요한 몸의 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코는 코뼈(鼻骨)를 둘러싸고 솟아오른 덩어리로 콧구멍(鼻孔)이 있으며 그 내부로 들어가면 비강(鼻腔)이 되는데 생리적으로는 호흡을 하고 냄새를 맡는 코의 기능이 시작되는 부위이다. 솟아 오른 코의 덩어리는 몸통에 해당되는 콧마루(鼻背)와 콧방울(鼻翼)로 구성되는데 콧방울에는 발달된 근육이 있어 콧주름을 잡거나 콧춤을 추거나 코를 부풀려 감정을 표현하는데 한 몫을 한다. 코가 못생겨 고민한다는 것은 코의 기형 때문만이 아니라 코의 크기와 높낮이로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백인 코는 크고 높으며 흑인은 작고 낮으며 황색인은 그 중간이다. 그래서 백인은 코가 작게 그리고 낮게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고, 황색인과 흑인은 크게 그리고 높게 보이게 하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 많으며 그것이 고민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코의 미적 평가에 있어서 영향 미치는 것은 그 시대 그 사회의 미적 감각에 따라 영향 받는 것은 사실이나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믿음과 관계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즉 코의 모양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이 급기야는 인상학(人相學)으로 발전 되었고 심지어는 코의 인상만을 논하는 비학(鼻學)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는데 그 학문적인 평가에 있어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백인들의 코가 크고 높은 것은 그들의 선조들이 북방의 한랭 지방에서 기원되었기 때문이다. 공기가 차 갑기 때문에 코의 터널을 조금이라도 길게 통과 시켜 들이마신 공기를 다소나마 덥혀서 기관으로 보내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한 생리적인 방어 기능이 발달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반대로 남방의 흑인은 공기가 따스해 공기를 덥힐 필요가 없어 코가 짧고 낮은 코가 되었으며 황색인은 온대 지방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 중간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절세의 미인이라 하는 클레오파트라(Cleopatra B. C. 69-30년)에 대해서 중세 아랍 학자들은 수많은 문헌에서 한 번도 그녀의 미모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는 반면 화학, 의학, 철학, 수학, 건축학에 이르는 많은 분야에서는 그녀가 이룬 업적을 수없이 인용하고 있으며 또 여러 나라 말에 능통해 통역 없이 외교사절과 대화한 것으로‘지(知)의 여왕’이라 되어있는데, 이것은 중세 아랍문헌이 해독을 잘 못해 ‘미의 여왕’으로 오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도‘성적 매력으로 가득한 헬레니즘 최후의 여왕이며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묘사한 것이‘미의 여왕’으로 전해졌다고 하였다. 고대에는 사진 같은 것이 없어서 클레오파트라의 참모습이 어떠했는지 상상할 수 없으나 당시 만들어진 화폐나 그녀의 얼굴이 새겨진 부각을 보면 몸이 그렇게 날씬한 편은 아니었으며 절세의 미인으로 표현 되지도 않았으며 코가 상당히 긴 편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프라이스 파스칼(1623-1682)의 “만일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8문의 1 인치(약 3mm)만 짧았다면 지구의 얼굴은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말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런데 이를 번역한 역사서에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다면 세계의 역사는 달아졌을 것이다.”라고 번역 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역한 것이며 역사가의 눈으로 볼 때 ‘지구의 얼굴’이란 세계의 권력지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을 ‘세계의 역사’라고 번역한 것은 그대로 넘어 갈 수 있지만 ‘코가 짧았다면’을 ‘코가 낮았더라면’으로 번역한 것은 크게 잘못된 번역이다. 이것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지나치게 길었다’는 것과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물론이고 미의 의식으로 볼 때도 전연 다른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클레오파트라는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차녀로서 희랍계 헬레니즘의 최후의 미인으로서 그녀가 로마의 최고 권력자 씨자(카에사르)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의 여왕이 된 것은 그녀가 22세 때이었다. 그로부터 5년 후 씨자가 58세의 나이로 심복이었던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하고 나서 로마는 옥타비우스, 안토니우스, 레피도우스의 3두 정치로 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기를 지지하는 원조자를 잃은 것이었다. 그녀는 옥타비우스를 누르고 명성이 높았던 안토니우스에게 접근하여 그 미로 안토니누스를 사로잡는 데 성공하였으며 그 때의 그녀의 나이 28세 이었다. 그러나 안토니우스도 옥타비우스의 공격을 받아 결국은 B. C. 30년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자살하고 만다. 그 때의 그의 나이 52세 이었다. 그러나 천하의 클레오파트라도 옥타비우스를 유혹하지는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되는데 그 때의 그녀의 나이 39세라는 한참 나이이었다. 이렇게 많은 말이 전해지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과연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해진다. 물론 코의 모양은 인종과 성별에 따라 차가 있다. 즉 서구인들이 동양인보다 높고 긴 것은 사실이다. 또 같은 서구인이라 해도 희랍 계와 로마 계에 따라 차가 있으며 더욱이 북구 계와는 많은 차가 있다. 개인차에 있어서 연령적인 차는 그 폭을 더 넓게 한다. 서구인이나 동양인을 막론하고 나이 40세 전후까지는 코의 기리가 길어지는데, 서구인 중에서도 아랍계와 희랍 계는 그 정도가 좀 더 현저하다고 한다. 40세후에는 점차 위축되기 시작하는 것이 생리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아무리 클레오파트라라 할지라도 그녀의 코는 자연법칙에 따라 나이와 더불어 길어졌을 것이며, 젊은 로마인 옥타비우스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긴 코를 과히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코의 길이는 미학적으로 눈과 입의 밸런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얼굴의 측면상(profile)로 볼 때 이마와 턱을 연결하는 수직선을 안면선(顔面線)이라 하는데 이 선에 대한 코의 각도(비안면각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위 입술(上脣)과 코의 각도인 비순각(鼻脣角)에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종, 성별과 연령에 따라 그 차이가 좌우되지만 인류의 진화역사에도 관계된다. 따라서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은 문화의 흥망성쇠에 따라서도 많은 차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유럽의 문명사로 볼 때 상징적인 미인의 측면상을 연대순으로 나열하여 그 변모되어 가는 모습을 알아보기로 한다. 미인들의 이마와 턱의 상태, 콧마루와 코끝의 관계를 비교해 보면 흥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투탄카문(Tutankamun)의 황금의자의 미녀’(B.C. 1340), 희랍계의 ‘밀로의 비너스’조각(B, C. 150),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82-1519)가 그린‘이사벨라 데스데’(1500), 그리고 현대미인 이라는 여배우 투위기(Twiggy, 1970) 등과 클레오파트라의 부각에서 보는 코를 비교해보면 고대 이집트 계 미인에서는 이마에서 코끝을 연결하는 선이 거의 직선에 가까운 편이며, 현대 미인으로 옴에 따라 창조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대뇌의 전두엽을 담고 있는 이마가 점점 앞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따라서 안면선과 콧마루의 각도가 점차 넓어져 코끝이 하향(下向)에서 상향(上向)으로 변하면서 코가 점차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연상한다면 납득이 가지 않는가 생각된다. 이러한 미인들의 코의 길이와 각도의 변화를 참작한다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더라면’ 이 아니라 ‘짧았었더라면’이라고 한 파스칼이 한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본 원고는 필자의 집필 시기와 게재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사진 / 문국진 박사] <저작권자 ⓒ 뉴스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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