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고려인의 예술혼 담긴 ‘고려 불화 展’에 가다
엠디저널 | 입력 : 2014/01/21 [08:53]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추석이 지나면 세월이 빠르게 변하여 가는 것을 이 계절처럼 절절히 느끼게 하는 철도 없을 것이다. 아! 가을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벌써 초겨울의 문턱, 어느 틈에 낙엽이 지고 초겨울이 찾아와 가을을 만끽할 틈도 없이 가버리는 계절이다.
고려 불화 전이 국립 중앙박물관 에서 열린다고 매스컴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으나 가보기로 작정한 날에는 무슨 피치 못 한 일들이 그렇게 찾아오는지… 오늘은 눈 딱 감고 큰사위를 앞세우고 주일 오전에 나섰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초겨울이 온다고 하며 서울이 영하권이고 대관령은 영하 6~7도라는 기상청의 엄포에 결행을 했다.
박물관 들녘에도 오색으로 변해가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난다. 이번 고려 불화전시는 국립 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의 협조 아래 무려 2년여 기간을 준비하여 세계 도처에 산재한 고려 불화 61점을 비롯하여 주변국들의 불화와 함께 전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 도처에 남아 있는 고려불화는 전체 160여점. 그중에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 대략 130여점이라 한다. 대부분 일본 소재 중에 27점과 미국, 유럽 등에서 15점 국내 소재 19점, 조선 초기 불화 5점 등등 합쳐 총 108점을 전시하는 전무후무한 대 불화전이라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말에 기대가 크다. 고려 불화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독보적인 존재이다.
허나 고려의 멸망과 이조의 배불정책과 맞물려 외침과 약탈 등으로 국내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데 지금 현재 국내의 고려불하는 그 마저도 대부분 리움 박물관 등이 외국에서 사들인 것들이라 한다. 고려불화는 옛날 외국으로 반출되어 특히 일본으로 많이 갔다.
필자가 굳이 설명치 않아도 왜 우리의 국보들이 외국의 손에 들어가야 했는지 구차스럽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오늘날 이 전시회를 하기 위하여 국내에 유치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도 다시 되돌려 받지 못할까봐 주저하였던 소장가들에게 고려불화도 자기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은 게 아니냐. 또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에 알리고 볼거리 면에서도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리 국립박물관의 설득과 대외적 체면에 그들 소장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한다.
참으로 도둑놈에게 우리 것을 사정사정하여 빌려오는 것조차 치욕스러운 수모를 참고 끈질기게 설득하여 이 어려운 전시를 만들어 주신 관계자들에게 전시회를 앞서 고마운 찬사를 마음속으로 드리며 전시장에 들어섰다.
그동안 고려불화는 책으로는 더러 보았으나 실물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내 생전에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 생각할 때 얼마나 소중한 시간임을 느끼게 한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고려 불화의 기법과 광물질로 만들어진 천연 안료이다. 지금까지 천 여 년 동안 아름다움을 변치 않고 화려하고 안정된 색감을 이루게 된 이유는 바로 비단 바탕위에 천연 원석을 곱게 갈아 아교 물을 접착제로 사용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 나고 섬세하며 고려불화만이 가지고 있는 화려한 색채, 호화로운 금니(금가루를 뿌려 만든 칠)의 독특한 이런 귀한 고려불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가슴 설레며 수월관음도 앞에 섰다. 단잔지사(談山神社) 소장의 수월관음도, 등신대(等身大)의 화려한 금니와 섬세하고도 고운 색채감의 숙연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아보는 이 감동을 어찌 글로 다 전할 수 있으랴 와서 이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는 길밖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중에서도 일본 센 소지(淺草寺)의 수월관음도, 일본에서는 한손에 버들가지를 들고 있다하여 양유관음도(楊柳觀音圖)라 부른다.
이 관음도는 일본에서 한 번도 일반에 전시된 일이 없고 국사교과서에서 고려불교를 소개 할 때 제일 먼저 이 불화를 올린다고 하고 고려불화를 대표하는 귀중한 작품으로 은은한 청록색의 물방울 모양의 광배 안에 그린 관음보살이다. 이 관음은 중생의 고통과 병고를 고쳐주는 관음으로 세로 144cm, 가로 62.6cm의 비단 바탕에 채색화이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혜허(慧虛)라는 화가의 이름이 있으며 화면 속의 관음의 시선이 아래쪽 선재동자를 바라보고 오른쪽 손에는 버들가지를 들고 있어 일본에서는 양유관음이라고 하나 그림 전체를 감싼 신광(身光)을 볼 때 길쭉한 물방울 모양을 하고 있어 수월관음이라 한다. 그리고 단잔지사의 수월관음과 센 소지의 수월관음도 이외에 여러 관심을 끄는 작품도 많으나 역시 백미로 꼽는 것은 불화에 문외한인 내 눈에도 이 두 가지의 불화가 가슴에 와 닫는다.
같은 시대의 중국 일본 등의 불화도 비교전시를 하였으나 우리 고려불화의 탁월한 격차를 보고 가슴에 파고드는 이 감동을 다시 한 번 절절히 실감된다. 과연 위대한 고려인의 불교예술성에 대한 것을 새삼 실감하고 한눈에 봐도 고려불화의 월등함을 느끼게 한다. 고려인들의 탁월한 예술적인 작품, 고려청자나 이 고려불화야말로 고려인들의 창조적인 예술성에 세계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슴 뿌듯한 긍지를 느끼며 전시장을 나왔다.
물방울 수월관음도 자기 태어난 곳 700년 만에 찾아 왔구나. 중생의 구제 자 수월관음 광배가 길쭉한 물방울 모양 그 속에 격조 높은 자비의 얼굴인데 내 눈에 비친 물방울의 광배 왜 나에게는 커다란 눈물방울로 비치는가. 관음의 슬픈 눈매가 가슴 저미고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볼 수 없음을 나는 안다.
본 원고는 필자의 집필 시기와 게재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사진 / 최단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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