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시공예가회 윤재일 회장 인터뷰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이라고 한다면, 그 당시 우리나라는 도자기 문화와 도공들을 많이 빼앗겼다. 현재 일본 도자기가 세계최고로 알려져 있는 이유가 참 아이러니 하다. 일본은 도자기를 ‘신’으로 생각할 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도자기 문화가 많이 발전을 하게 된 이유인 것이다. 하지만 도자기의 원산지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먹고살기 위해 도자기를 생각할 여유가 많지 않아서 일본에 살짝 뒤쳐진 감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쫒아 갔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는 도자기 DNA 가 흐르고 있다.”
Q. 안양공예가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안양공예가회는 12년 전에 창립된 단체로서 안양에 거주하고 도자기 공예를 전공한 사람들이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흙과 도자기를 사랑하는 열정만을 가지고 자율적인 단체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12년전 롯데백화점 전시장에서 창립전을 개최한 이래 매년 1회 정기전과 기획전, 초대전 등 전시회를 진행해 오면서 시민과 소통하고 공예를 널리 알리고 확산시키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예와 도자기를 전공한 30여명의 회원들이 직접 공방을 운영하면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Q. 안양시 공예문화 발전을 위해 기여한 부분 소개
시민축제 20년동안 매년 물래 체험관을 개설하여 많은 어린이들과 학생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공예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유쾌한 시간도 제공해 오고 있으며 초창기때 체험학습에 참여했던 꼬마들이 지금은 시집장가를 다 갔습니다.
또한 아카데미나 방과후 수업 등을 통해서 공예를 보급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아카데미 교육사업은 지난 10년간 뉴코아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진행해 왔었다. 그때의 제자들이 지금은 ‘다도예가회’를 만들어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고.... 특히 이번 10월 5일에는 평촌아트홀에서 13번째 작품전시회를 개최한다. (다도예가회는 도자기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그리고 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볼수 있는 벽화그리기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는데, 공예가회는 도자기벽화에 중점을 두고 이를 보급확산 하는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벽화에 그려진 페인트는 몇 년이 지나면 퇴색해 버리지만 도자기 벽화는 영구적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 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안양시에서 유명한 도자기골목을 만들수도 있고 이를 통해 관광이나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을 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후배 공예가 및 전공 학생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공예라는 것은 장인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몇 년 해서 승부가 나는 것이 아니고 평생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게 되고 하니까, 어렵고 험난한 작업이지만 끈기를 가지고 한우물만 파는게 공예가로서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한가지만 해서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승부를 거는 것이 작가정신이라고 본다. 그러다 보면 내 생애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고 내가 죽고 난 후에도 후손들에게 그 작품이 남아서 좋은 영향을 줄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도예를 보면 도자기나 그릇 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건축도자, 인테리어도자, 산업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되고 있다. 우주선 외벽도 도자기로 만들어 진다는 것만 봐도 도자기(세라믹)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21세기는 세라믹시대이기도 하다. 앞으로 도자기를 잘 만들고 잘 다루는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전기차 엔진, 우주선 외벽 등 산업전반에 걸쳐 광범위 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로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분야이다.
Q. 공예를 시작하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원래는 그림을 하다가 대학교 때부터 공예를 했다.
대학교때 81년도 부터 35년 가까이 했는데 앞으로 50년까지는 채워야 공예를 조금 했다고 말할수 있겠지 싶다 (ㅎㅎㅎㅎ 웃음)
Q. 공예를 배우러 오시는 분은 많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배우려고 하는데 내가 시간이 부족해서 다 가르치지를 못한다. 가르치는 일은 지금까지 십년이 넘게 해왔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내 제자들이 아카데미나 방과후 수업, 체험장 등에서 후학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가르치는 것 보다 내 작업, 내 작품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
가끔 다 배운 사람들이 조금더 깊게,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 하는 사람들이 제자로 받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경우에만 간혹 가르쳐 드리곤 한다.
Q. 좋은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심사위원들이나 보는 사람들이 시각이나 생각적 측면에서 다양하고 다르기 때문에 쉽게 대답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공통적인 생각은 좋은 작품에는 ‘아우라’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우라’ 라는 것은 아름답다고 하는 느낌을 말하는 것으로 단아하면서, 조용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교감이 가는 그런 아름다운 느낌의 일종이다.
이러한 느낌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공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내공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공예를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누구나가 다 좋아 할 수가 있다.
아름다운 것은 누구나 다 아름답게 생각하고 이쁘게 생각하는 느낌인데, 내가 다른사람의 작품을 볼 때 누군가의 작품과 ‘똑같은 것’이 있다거나 ‘비숫한 것’이 있다고 할때는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작품을 다 보고, 알고 있지는 않지만 작품을 평가할 때는 느낌이 온다.
내공을 많이 쌓고 오랫동안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작품들은 아우라가 보인다.
그런 작품들이 좋다.
Q. 끝으로 한말 부탁드립니다.
안양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공예가들이 더 좋은 작업환경을 찾아서 이웃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은 김중업 박물관 쪽이나 기타 공간이 되는 부지에 ‘창작아트스튜디오’ 같은 공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작아트스튜디오를 통해서 어려운 작가들이 마음껏 작품활동과 전시회를 할 수 있고, 또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위해서 많이 찾아온다면 여러모로 유익한 기대효과가 나올 수 있을 거 같다.
또한 작가들이 모여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므로써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수 있으며 또한 각각의 예술분야 체험학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
"흙은 만지는 데로 움직인다, 그래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은 흙을 싫어 하는 사람이 없다. 흙은 내가 원하는 데로 만들어지고 움직여 준다. 나의 생각과 흙은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