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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식품 '침묵'이 가장 큰 '범죄' (2보)

김용환 기자 | 기사입력 2015/07/03 [09:14]

H식품 '침묵'이 가장 큰 '범죄' (2보)

김용환 기자 | 입력 : 2015/07/03 [09:14]

- 참혹한 만행
지난 6월 23일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심규순 위원장) 의원들과 안양시청 관계 공무원, 지역주민 등 20여명은 문제가 된 H식품 현장을 살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6월18일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나무 숲이 일순간 사라졌기 때문이다.

H식품은 안양시의회 및 시청 관계자들이 현장답사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불도저를 동원하여 산을 평탄작업 해버렸다.

H식품 관계자는 '문제가 되었던 적치물들과 쓰레기를 정리했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 과정에서 현장의 나무들이 훼손됐고 드러난 황토흙은 온갖 쓰레기와 이물질로 뒤덮여 있었다.

현장답사에 참여한 한 공무원은 "무언가 고약한것을 감추려고 불도저를 동원해서 급하게 묻은 것 같다" 고 의구심을 말하기도 했다.
 

만일 H식품은 "그까짓 나무 몇그루 가지고 뭘 그래?, 그까짓 작은 언덕배기 동산하나 없애는거 가지고 왜이리 호들갑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스스로 참(眞)기업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의 진정한 가치평가에는 '환경문제 대처능력', '사회공헌활동', '지역 거주민과의 융화'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1일 본지 기자는 뉴스줌(정진태 국장), 미디어뉴스타임(최병군 국장)과 공동취재로, 안양시청 녹지과를 방문하여 "현장을 여러차례 방문해서 살펴봤다고 하는데 산림이 훼손된 부분에 대한 벌금이나 원상복구 조치 명령 등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에 산림휴양팀 모 담당자는 관할이 만안구청이긴 하지만 본인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확인해 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시정 및 원상복구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 무음(無音)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안양시에 존재하는 어떤 사회단체도, 심지어 박달2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단체들 중에서 그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자연이 파괴되고 있고, 산이 통째로 없어질 위기가 왔는데도 누구하나 앞장서서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한편 7월1일 열린 제214회 안양시의회 정례회에서 H식품 관련 내용을 발언하기로 했던 박달2동 지역구 K모 의원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H식품 내용은 취소하고 FC안양 부실운영 내용만을 발언했다.  김선화 의원이 정보사의 관사 건축 관련 용도변경 건에 대해서, 김성수 의원이 일자리사업장인 우산수리점에 대한 지원촉구 건을 발언하며 지역구를 챙기는 모습과 비교되는 내용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발레리 / 프랑스 시인,비평가,사상가)"

안양시 박달2동의 현실이 어떤가를 짐작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의지데로 개선하며 쾌적한 환경에서 살것인가?
아니면 H식품이, K골재가, 안양시가 던져주는 고기덩이나 받아 먹으며 길들어져 가며 살것인가?

7월1일 안양시장 취임1주년 기념간담회에서 '박달2동 H 식품 환경오염문제'와 관련한 모 기자 질문에 대하여 이필운 시장은 박달동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을 잘 받아주고 조용히 침묵하며 살아와줘서 그런 표현을 한 것일까  결국 박달2동에는 '쓰레기 적환장, H식품(도살장), K골재, N페인트, 군부대 5개, 골프연습장 2개, C콜라, H맥주' 만 영광스럽게 남아있다.


- 반전(反轉)
한편, H식품 인근의 D 아파트 주민일동은 H식품의 건물증축 및 주차장 건립을 위한 산림훼손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안양시에 제출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빨간글씨의 프랭카드도 만들어서 길가 여기저기에 내걸었다.

주민 전체의 반대서명은 임상곤의원이 받아서 안양시청 이필운 시장실에 직접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7월3일 오후 시장면담약속을 받아내어 D아파트 입주자 대표들, 동대표들과 함께 이필운 시장을 면담할 예정이다.

임상곤의원은 "긍정적으로 문제가 해결 될것으로 본다. 이필운 시장을 만나 본 문제를 기필코 해결하겠다" 고 말했다.

또한 인근 V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회의를 갖고 비단 H식품의 환경오염 문제는 D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며 박달2동 전체에 대한 심각한 문제이며 도전이라는 결론을 내고 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V 아파트 이광수 입주자대표 회장은 "우리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 박달2동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쟁취하고, 주거생활의 안정을 위해서 이번 H식품의 환경오염 및 산림훼손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우리 아파트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동참 할 것이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본지 또한 7월3일 '안양의왕군포 환경운동연합 단체'를 방문하여 안명균 정책위원장과 '박달2동 H식품, K골재의 심각한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이번 산림훼손 관련 문제에 대한 협조 및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다.
 

- 보신(保身, self-protection)을 버리고 소신(所信, belief)을 취하여야
안양시청에는 전설적인 영웅 공무원이 한명 있다고 한다. 확인 결과, 내용의 많은 부분이 살짝 왜곡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귀감이 되는 내용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이십여년 전에 차량은 물론 버스도 거의 안다니던 곳에 지금의 관악대로를 계획한 공무원이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2차선 3차선 정도의 도로를 만들라고 했지만 지금의 8차선, 10차선의 도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타 지자체로 좌천식 발령으로 쫒겨갔고 그곳에서 정년퇴임을 하였다는 내용이다.

지금의 안양시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시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이 있다고 믿는다.
 

H 식품의 건축관련 신청서는 아직 제안서 수준이며 해당 도시계획과의 검토단계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법적인 하자가 없기 때문에 도시개발위원회 심의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규제와 관련하여 각종 인허가 신청서는 원칙적으로 '허용' 기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혐오기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불가' 기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H 식품(도살장) 과 같은 혐오기업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또한 주민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도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과의 행정행위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H식품의 신청서 자체가 도시개발위원회에 심의 안건으로 상정된다는 것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이필운 안양시장에게도 정치적인 부담을 줄 수 있으며, 향후 박달동 개발계획과 관련하여서도 안양시와 안양시민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가져다 줄수 있다.

위와 같은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도 법적인 규정만을 들며 심의안건으로 올린다는 것은 안양시민과 박달2동 주민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혐오기업 배 하나 불려주겠다고 안양시장과 시민들, 공무원 모두를 희생할 것인가?

도시계획과는 보신을 담보하는 행정행위가 아니고 소신껏 행정행위를 펼치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며, 본 기자는 해당 부서의 메마른 행정이 아닌 안양시민들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따뜻한 행정을 기대해본다.

공동취재 - 뉴스줌 정진태 국장 / 미디어뉴스타임 최병군 국장 / 안양신문(뉴스뷰) 김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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