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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눈높이'

송미라 기자 | 기사입력 2015/06/01 [06:14]

법의 '눈높이'

송미라 기자 | 입력 : 2015/06/01 [06:14]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소위 법조인들은 법을 적용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적용을 통해 한 사회 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분쟁이 해결되고 법령 내지 법리를 미리 마련함으로써 분쟁이 예방되는 기능도 있습니다.


법을 적용하는 과정은 어떤 특정 사실관계에 대해 이미 존재하는 법령 내지 법리를 대입하여 법률적 효과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갑이 을을 폭행한 경우 형사적으로 폭행한 행위를 한 갑에게 벌금형 내지 징역형이 부과되거나 민사적으로 을을 폭행한 갑에게 손해배상으로 얼마의 돈을 지급하게 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저는 변호사업무 초창기에는 법의 적용과정 중에서 사실관계를 확정(갑이 을을 폭행하였는지 여부)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고 그 확정된 사실관계에 어떤 법령 내지 법리를 적용할지(형법상 어떤 범죄에 해당하여 어떤 처벌이 내려질 것인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여 얼마의 금전적 배상책임이 부과될지 여부)에 대한 지식 내지 고민이 가장 큰 업무라고 생각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결과 법리적 고민을 많이 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변호사업무를 10여년 해 나갈수록 법조인들이 직면하여 처리하는 업무인 법적용의 90%이상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단계라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당연히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정되지 않고는 그 어떠한 법리를 적용하더라도 올바른 결론이 나올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 확정단계에서 합당한 증거수집실패, 증거에 대한 면밀한 검토부재 등의 많은 요인으로 인하여 진실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잘못된 사실관계가 마치 진실한 사실관계인 양 재단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오인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그 당사자는 땅을 치고 하소연해도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수많은 사실오인의 유발요인 중에서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요인이 사실관계를 경험하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 사실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주장들을 듣고 관련증거를 토대로 판단하는 사람들 사이의 상식에 대한 눈높이의 차이에 따른 사실오인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실관계를 경험한 사람이 주장을 하는 경우에 검사, 판사 심지어 변호사까지 그 말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는 식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토대로 판단을 하곤 합니다.


우리의 재판제도는 당사자 및 판단자 들의 상식이 서로 같다는 전제에서 만들어진 제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에서는 판단하는 사람과 판단받는 사람의 상식이 서로 같지 않고, 불행히도 우리 법조인들은 이러한 상식의 차이, 눈높이의 차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법조인들은 각자의 상식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당사자의 주장과 제출된 증거의 가치를 판단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말이 돼”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비단 법의 적용과정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자원 내지 경제재 등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공동체사회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내용의 법령을 제정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실시하는 정치와 행정의 과정에서도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정치.행정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동체구성원 각자의 상식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은 물론 정치인, 행정가와 해당 공동체구성원 사이에도 상식이 다를 수 있음을 항상 의식하고 공동체구성원의 눈높이를 항상 확인하고 그에 맞춰 정책(입법포함)을 수립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약 력  - 
* 경기도 시흥시 출생(안양고 졸업) 
* 한양대학교 법학과 졸업
* 사법고시 합격
* 육군중위전역
* (사)한기범희망나눔(심장병 어린이 후원) 발기인 및 이사
* 새누리당 안양시 동안구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 새누리당 경기도당 법률지원단장, 윤리위원
*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 감사
* 서울특별시 교원단체총연합회 고문변호사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 경기도 고문변호사,안전행정부 고문변호사  
* 법무법인(유한)우송 안양분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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