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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사서원, 긴급돌봄 나선 요양보호사들 목소리를 듣다

정태권 기자 | 기사입력 2021/03/04 [09:55]

인천시사서원, 긴급돌봄 나선 요양보호사들 목소리를 듣다

정태권 기자 | 입력 : 2021/03/04 [09:55]

인천시사회서비스원(원장·유해숙)이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코로나19 긴급돌봄서비스 사업 중심에는 인복드림 부평종합재가센터 요양보호사들이 있다. 
 
 자가격리자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사업 초창기 지원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을 때 이옥매(58), 조인숙(56), 유남미(43) 요양보호사가 과감하게 나섰다. 이들이 자가격리자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한 기간은 지난 2월2~12일이다. 
 
 이들은 모두 1년 차 미만 초보 요양보호사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용기와 책임감 덕분에 노인들은 10여 일을 외롭지 않게 보냈다. 자가격리자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현재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옥매 씨는 아흔이 훌쩍 넘은 노인을 맡았다. 고령에 혼자 살고 있어 집안 정리가 어려운 탓에 물건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이 씨는 열흘간 돌봄서비스와 함께 틈틈이 집 안을 청소했다. 자가격리 마지막 날인 설날까지 이불을 빨아 정리했다.
 
 이 씨는 “겨울이 지나면 이사할 예정이라 이곳 짐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가족들이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여유 있을 때마다 집안 정리를 해나갔다. 다 정리하고 돌봄을 끝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일과는 아침마다 습관처럼 주간보호센터에 나가려는 노인을 붙잡는 일로 시작했다. 끼니마다 따뜻한 식사를 전했고 불쑥불쑥 역정을 내면 어린아이 다루듯 달랬다. 
 
 바깥 출입을 못해 무기력해 있을 땐 10여 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실력을 발휘했다. 달력을 놓고 숫자를 맞추는 놀이, 섞인 견과류 고르기, 컵 쌓기 놀이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편마비가 있는 대상자를 맡았던 조인숙 씨는 말동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몇 개월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지내던 대상자는 조 씨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조 씨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 좋아하시는 분이라 긴급돌봄서비스가 없었다면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며 “자가격리에 들어간 노인들은 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도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견디기 어려운데 여가를 보낼 거리가 부족한 노인들을 혼자 둔다면 집안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90대 노인을 맡았던 유 씨 역시 “자가격리 기간 자녀들과 간간이 통화하고 TV 채널을 돌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마땅치 않다”며 “눈과 귀가 어두운 이들은 더욱 답답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씨가 맡았던 노인은 약한 치매 증세가 있고 귀가 어두워 필답으로 대화를 이어 가야 했다. 자녀들과 통화도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자신 있게 긴급돌봄에 나서면서도 주변에 알리기는 또 다른 문제였다. 
 
 조 씨는 일을 마치고 한 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괜한 걱정을 안기기 싫어서다. 이 씨는 “행여 아이들이 걱정할까봐 남편에게만 알리고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오히려 가족들에게 먼저 알려야겠다 생각해 시작하면서 바로 말했다”며 “자가격리자 긴급돌봄은 방역을 철저히 하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루 8시간 이상 방호복을 입고 생활해야 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런 경험이 없는 요양보호사들에게 방호복은 방패막이기도 했지만 넘기 힘든 장벽이기도 했다. 
 
 이 씨는 처음 이틀은 방호복을 입고 벗기가 부담스러워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 물 한잔도 마시지 않고 일했다. 방역 때문에 쓰고 있는 고글 역시 김이 가득 서려 보는 일마저 답답했다.
 
 조 씨는 “예전에는 의료진을 보면서 ‘고마운 사람들이다’라고 여겼다면 긴급돌봄 이후엔 방호복을 입고 수 개월간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이 얼마나 힘들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방호복을 입는 일은 마지막 날까지 적응이 어려워 벗고 퇴근할 때면 아무리 추운 날도 시원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긴급돌봄은 이들이 요양보호사로 성장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이 씨는 “오랜 경험을 가진 요양보호사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다”며 “그러다 책임감에 시작한 긴급돌봄은 요양보호사 경력이 없던 제게 이번 일은 소중한 자원이 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나도 언젠가 이렇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될 것이라 이렇게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며 저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씨 역시 “헌신하는 마음으로 배우면서 이 사회에 기여 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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