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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음악 대부 신중현 1973년 청와대 요청 거절 후 작곡

가수 김상희가 먼저 취입, 이어 이선희가 불러 대히트

엠디저널 | 기사입력 2014/01/23 [10:27]

록음악 대부 신중현 1973년 청와대 요청 거절 후 작곡

가수 김상희가 먼저 취입, 이어 이선희가 불러 대히트
엠디저널 | 입력 : 2014/01/23 [10:27]
[Music Episode - 아름다운 강산]

가수 이선희가 부른 <아름다운 강산>은 노랫말이 길기로 유명하다. 음악인 신중현 씨(65)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디스코 풍으로 4분의 4박자의 경쾌한 멜로디로 돼 있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다. 신중현은 우리나라 록의 대부로 1950년대 후반부터 미8군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미인>, <거짓말이야>, <님은 먼 곳에>, <님아>, <눈이 내리네> 등 수 백곡의 노래를 만들거나 불렀다. 이들 주옥같은 록음악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게 바로 <아름다운 강산>이다.

이 노래는 이선희가 처음 부른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1970년대 중반 여자대중가수 김상희가 취입, 잠시 알려진 적이 있고 더욱이 노래를 만든 신중현이 1973년 불렀다는 점이 특이하다. 김상희는 그때로선 흔치 않았던 대졸 출신 학사가수로 <경상도 청년>, <대머리 총각> 등을 불러 인기를 얻은 고참가수이다.

같은 노래를 신중현, 김상희, 이선희가 차례로 부른 <아름다운 강산>은 탄생과정이 꽤 재미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일이다. 1973년 봄 어느 날 청와대에서 음악인 신중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청와대로부터의 통화내용은 ‘대통령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은 지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을 때로 청와대 전화는 대단한 사건이었다.

신중현의 대답은 간단했다. 일언지하에 ‘안 된다’는 것. 그 때까지만 해도 젊은 혈기의 신중현은 세상 돌아가는 판세와는 무관하게 거절해버렸다. 5분 뒤 집권여당이었던 공화당에서 전화가 또 걸려왔다. 역시 같은 내용의 통화였다. 신중현은 “정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상대의 끈질긴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유신정권은 박정희 대통령을 찬양하고 정권의 비정통성을 합리화시키며 가라앉은 사회분위기를 되살리는 처방의 하나로 노래를 택했던 것이다.

청와대 부탁을 물리친 신중현의 음악활동은 계속됐다. 그 후 두 달이 지나 그는 국민들을 위한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었다. 한 사람의 대통령을 위한 노래보다 이왕이면 온 국민이 즐겁게 부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였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작곡 작사를 한 신중현 자신이 불렀다. 노랫말처럼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 새 희망을’,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영원한 이 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라며 그는 유신정권을 박차고 나오려는 암시와 몸부림을 멜로디에 담았다. 옥죄려는 정권에 대한 저항이요 소리 없는 아우성이기도 했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하고 순수 음악인으로서 양심을 걸고 국민들을 위해 만든 노래가 <아름다운 강산>이다.

노래가 발표되자 음악계와 국민들의 시선은 그에게 쏠렸다. 신중현에 대한 청와대 시선이 좋을 리 만무했고 그는 결국 집권층 눈밖에 났다. 그에게 안겨진 결과는 엄청난 불이익이 다가왔다. 한국적 록음악의 첫시도인 <미인>을 발표했던 1974년 그는 대마초가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가요정화운동’이란 명분에 걸려든 그는 그 때부터 박 대통령 시해사건 이듬해인 1980년까지 발이 묶였다. 정부의 대중예술활동 정화방침으로 그의 작품 22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상황에 몰렸다.

그는 “이 기간 중 3년 넘게 낚시터를 돌며 술독이 빠졌고 분신과 같은 악기와 집을 팔아 간신히 생계를 꾸렸다”고 최근 펴낸 자서전 <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에서 밝히고 있다. 신중현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곧바로 제약회사에 취직하는 등 힘겨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노래 ‘님은 먼 곳에’를 부른 가수 김추자, ‘봄비’의 박인수 등 후배 스타가수들을 키워내며 음악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본 원고는 필자의 집필 시기와 게재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왕성상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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