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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에서 벌어 부천시에 기부합니다

‘꼭 필요한 곳에’ 에치엠알, ‘거친 선행’ 명진철강

박병준 기자 | 기사입력 2016/11/03 [11:19]

부천시에서 벌어 부천시에 기부합니다

‘꼭 필요한 곳에’ 에치엠알, ‘거친 선행’ 명진철강
박병준 기자 | 입력 : 2016/11/03 [11:19]


부천시 소사본3동 소사초등학교 정문 앞 가지런한 상가 건물 중 한 곳의 ㈜에치엠알(이하 에치엠알). 에치엠알은 휴대폰부터 가전제품,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부품 중의 하나인 저항기를 만드는 회사다.
 

전자제품에 많은 전류가 흘러 회로가 망가지면 제품 전체가 망가진다. 덕분에 전류를 조정해주는 저항기는 아주 중요한 부품이다. 전자제품에 과전류가 흐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저항기. 생산제품처럼 홍명수 대표도 주변 이웃들이 어려운 상황에 포기하지 않도록 금전적 지원을 한다. 10년이 넘었다.
 

회사는 부천시 소사본3동에 1988년 창립했다. 29년차 부천 토종 기업이다. 삼성, 엘지, 현대는 물론 Made in Korea를 찾는 중국기업까지 납품한다. 중국에도 공장이 있다. 전에는 공장도 부천에 있었다. 하지만 주변 민원 등의 이유로 5년 전 시흥으로 완전히 이사했다.
 

인건비 등의 문제 때문에 중국공장에 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인원조정도 있었다. 예전엔 120명에 이르던 직원이 시흥공장에 생산직 25명. 생산관리 및 사무직이 25명 정도로 줄었다. 그래도 에치엠알 전체 직원의 75%가 부천 사람이다.
 

동네가 고마워 이웃에게 갚아요

부천에 공장이 있을 때 “동네에 기업이 있어서 불편한 점이 있을 텐데 양해해줘서 주민들”에게 고마웠던 홍명수 대표. 그는 감사의 의미로 동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부를 하게 됐다.
 

기부금을 모집하는 여러 단체가 있지만 운영비 등으로 기금이 낭비된다는 생각을 했다. 홍 대표는 기부금이 최대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바랐다. 그래서 소사본3동 주민센터에서 매년 추천을 받아 매년 새로운 사람에게 10명의 계좌로 직접 후원했다.
 

홀몸어르신 5명, 소년소녀가장 5명에게 10만 원씩. 매달 100만 원을 직접 계좌 이체했다. 경영이 나빠졌을 때 1년 정도 쉰 적이 있지만 경영이 정상화 되고 바로 다시 시작했다. 소사본3동복지협의체가 생기고는 직접 후원 대신 소사본3동복지협의체에 맡긴다.
 

에치엠알은 교회와 함께 봉사를 기획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교회에서 ‘일회성인 이벤트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공장에는 긴급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고. 주말에도 연장 근무하는 경우도 많기에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다는 그들. 그래서 일손 대신 소중한 돈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금전적 기부를 선택했다.
 

에치엠알은 올해 경영이 악화되어 13명을 구조조정 했다. 어쩔 수 없이 기부금도 줄였다. 원래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어서 경영이 정상화 돼서 기부금을 이전처럼 늘리고, 여건이 더 좋아져서 더 큰 금액을 기부하고 싶어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이다 보니 경기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직원 월급을 우선해서 줘야합니다. 어쩔 수 없이 기부금을 줄이게 됐어요”
 

이벤트 보다는 ‘꾸준함’

박기환 과장의 말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를 이전과 같이 되돌리는 것이 그들의 1차 목표다. 그 다음 대상(금액)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회사가 정상화 된다는 의미이기에 회사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변화다. 기업이 클수록 이웃사랑도 커지는 회사. 이들의 성장을 응원한다.

부천시 오정동 공단지역. 평일 오전 조용한 골목길, 한쪽에서 기계음 소리가 귀를 때린다. 기계가 부지런히 돌아간다. 명진철강산업㈜(이하 명진철강).

쇠를 깎고 접고. 명진철강이 만드는 제품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동네 곳곳에 깔린 맨홀 뚜껑, 하수구 등을 덮는 쇠창살 그레이팅, 가로수 덮개 등이 주력 제품. 무겁고 딱딱한 쇠를 만지는 회사지만, 속내는 부드럽다. 박영수 대표는 동네에 다달이 소액을 기부하고, 지역 경찰서를 도와 북한에서 온 새터민 지원사업에 힘을 보탠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회사 생활을 하던 그. 1993년 오정동에서 명진철강을 시작했다. 현장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이만큼 키워냈다.
 

서울 불광동 집에서 부천까지 출퇴근하며 부천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다. 부천은 그사이 많이 변했다고. “특히 중동, 상동은 신도시가 되며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해요. 인구도 많이 늘었죠. 하지만 오정동 공단 모습은 그대로에요. 여기 업체들 다들 오래된 기업들이에요” 이들은 오정동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들이다.
 

동네에 보내는 ‘조그만 성의’

박 대표는 오정동 기업 40여 곳이 함께 하는 ‘오정기업인회’ 회원이다. 10년 전부터 참여했다. 그 다음에 ‘오정사랑회’를 알게 되었다. 5년 전부터 오정사랑회에도 참가한다.
 

“사실 바빠요. 여러 모임들이나 회사 일정이 겹쳐서 오정사랑회에서 하는 봉사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해요” 그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털어놓는다. 그는 그래도 매달 10만 원의 기부금은 꼬박꼬박 넣는다.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도 매달 5만 원씩 기부한다. 동네에 조그마한 성의라도 표현하고 싶어 싶을 뿐이라며 너무 작은 금액이라 부끄럽다는 박 대표.
 

쇠를 다루는 일은 사실 사양산업이다. 사람 구하기가 점점 힘들다. 직원들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외국인이다. 현장직원 13명 사무직 5명. 대부분 부천에 산다. 첨단사업도 아니고 가격도 싼 수입품까지 들어온다. 힘에 부칠 때가 많다.
 

하지만 사무실에 네모반듯하게 걸린 사훈은 창조, 성실, 신용. 그래서일까. 회사를 운영하면서 철칙이 있다. 직원 월급, 거래처 결제를 절대 밀리지 않는다. 새로운 신제품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나눔도 그렇다. “형편이 나아지는 만큼 더 늘려가야죠”라며 웃음을 짓는다.
 

돈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간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다. 따라서 표현법도 다르다. 부천시의 기업 나눔의 상징‘나눔가게’도 이웃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은 같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재능, 가게 상품(서비스), 이웃들을 위한 물품, 보살핌. 그리고 이런 나눔이 여러 가지 상황으로 힘든 경우, 금전적인 나눔을 택하기도 한다. 어떤 나눔이든 넘치고 모자람 없이 그 마음이 다 예쁘다.
 

허모 부천시 복지국장은 “부천시의 기업은 부천에 기부한다. 부천의 가게는 부천시민에게 재능을 나눈다. 부천시에는 이렇게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112개의 나눔가게(기업)이 있다. 부천시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대표와 임직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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