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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장 뒤뷔페 展 관습을 잊다

김은식 기자 | 기사입력 2014/06/23 [09:36]

[Gallery] 장 뒤뷔페 展 관습을 잊다

김은식 기자 | 입력 : 2014/06/23 [09:36]

장 뒤뷔페가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선 것은 불혹의 나이, 41세였다. 당시 뒤뷔페는 프랑스의 아브르 지방에서 성공한 포도주 상인으로 순탄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화가의 꿈을 버릴 수 없었고 결국 늦은 나이에 새 인생을 결심했다.

뒤뷔페는 독학으로 파리의 아카데미 줄리앙까지 입성했지만 입학 후 6개월 만에 학업을 포기하고 1925년 아버지의 와인 사업을 이어받았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묶어놓은 끈들이 있었는데, 이 끈들은 단숨에 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그것이 나의 완전한 기쁨을 방해하고 있었다.”

41세가 되던 해, 그는 모든 것을 털고 그토록 꿈꾸던 화가의 삶을 시작했고 20세기 최고의 화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꿈을 이루었다. 지난해 11월 10일 시작해 1월 28일까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장 뒤뷔페」전에서는 파리의 아카데미를 다니던 무렵에 그렸던 초기 작품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를루프」 연작들, 그리고 그의 말년 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을 통시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뒤뷔페는 전통적인 예술의 장르 구분에 이견을 가지고 자신만의 회화 유형론으로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한 미술가이다. 청년 시기의 초기 작품을 보면 어느 정도 전통적인 제작 기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는 기존의 보수적인 예술 관례들을 부정하며 「아르 브뤼 art brut」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한다. 이는 ‘날것으로의 예술’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예술은 존재의 심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투사일 때만이 가치가 있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개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를루프」 연작은 이러한 그의 철학을 잘 대변한다. 검고 두꺼운 선으로 구획되어 흰색과 푸른색, 붉은색으로 채워지는 공간은 그가 창조하는 새로운 세계다. 세포질의 형태로 만들어진 나무, 개, 가위 등 일상의 소재들이 모두 그의 세계 안에 존재한다.

말년 작품으로 갈수록 뒤뷔페의 순수성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치 어린 아이의 그림과 같이 천진난만한 작품 세계가 펼쳐지며 「라르 브뤼 Art Brut」 의 진수를 선보인다.

뒤뷔페는 다량의 작품을 남긴 현대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는 문학과 재즈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많은 재주를 선보인 작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존 예술의 관습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고집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꿈을 잊지 않고 과감히 현실의 굴레를 벗어 던질 수 있었던 뒤뷔페의 결단력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려 성공하겠다는 열망은 끝났다. 어떤 고민도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졌다. 이 작업이 오직 나를 위한 것, 그림을 좋아하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바랐던 것뿐이었다.”

그가 남긴 한 마디가 다시 일상적인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본 원고는 필자의 집필 시기와 게재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사진 / 고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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