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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이 시대 살아있는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를 만나다

김은식 기자 | 기사입력 2014/06/11 [09:58]

[Gallery] 이 시대 살아있는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를 만나다

김은식 기자 | 입력 : 2014/06/11 [09:58]

20세기 현대인의 다양한 군상을 말하다

오늘의 전시 품목은 컬럼비아가 낳은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미술작품이다. 현존작가로서 컬럼비아가 자랑하는 그의 특이한 미학은 풍만한 형태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이른바 ‘뚱뚱함’의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이다. 그런 작품의 내용이 푸짐하다.

전시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이 하나같이 비만증 환자처럼 뚱보들이다. 그런데도 생동감과 온화함이 충만한 느낌을 준다.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에는 예리한 풍자와 비판이 숨어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큰 감동으로 다가 온다.

오래 전에 우리나라의 저명한 화가들이 백두산 관광을 간일이 있다. 거기에 동양화가들과 서양화가들도 함께 갔다. 그들이 돌아와 백두산에 관련된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보태로’전을 보고 있으니 당시의 전시 장면이 생각난다.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도 화가들이 각기 보고 소화해서 그린 그림들이 추상이든 구상이든 모두가 다르다. 그들의 다양한 개성들이 너무나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이런 현상은 비단 화가들만 아니라 시인이나 작가들의 경우에도 같을 것이다. 작가에 따라 작품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오늘 보는 ‘보테로’ 전에서도 그의 조형 세계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작가가 지닌 라틴계열 특유의 낙천적인 세계관과 풍만한 양감을 통해 과장되고 부풀려진 인물과 동물상, 풍성한 과일과 정물주제의 그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투우장, 서커스를 주제로 한 회화작품 89점과 고양이 등의 대형 조각 작품 3점 등 대표작을 볼 수 있었다.

이 그림들 중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모나리자), 배라스케스(마르가레타 테레지아 공주), 반 아이쿠 등의 거장들 그림에서 발췌한 모티브를 보테로의 특유한 비만적 화풍으로 변조시켜 권위주의적 모습을 벗어나게 한 것이 적지 않았다. 친근감 있는 ‘보테로’ 식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기에 이 그림들이 오히려 너무나도 이채롭다.
 

보테로의 ‘꽃 3연작’은 매우 상징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똑같은 계절에 피지 않는 여러 가지 꽃들을 잎이 없이 꽃들만 화병에 가득 담은 정물화로 그려 놓았다. 꽃은 화려하지만 너무나 빨리 시들어버리는 것처럼 생의 허무를 상징하고 있다. 그가 그린 꽃은 그 하나하나가 섬세하다. 세심한 묘사와 세련된 색채가 잘 배합된 구도로 되어 있다.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으나 꽃다발 전체에서 느끼는 인상은 비현실적이다.

이 작품들은 빨강, 노랑, 파랑의 3원색으로 그려져 있다. 이 3가지 색은 컬럼비아 국기를 상징하고 있다. 컬럼비아는 세계 최대의 꽃 생산지이며 수출국이다. 또한 꽃 축제로도 유명한 나라이다.
 

‘반 아이크(아르놀 피니 부부)를 따라서’ 의 그림은 얀 반 아이크의 변형된 그림이다. 얼굴 모습이 서로 전혀 다른 이 부부상은 ‘보테로’ 식으로 전환되어 비만하고 양감 있는 형태의 그림이다. 이 그림 속에는 다양한 상징이 내포 되어 있어 유명하다.

우선 이 부부 앞에 있는 개는 충성과 복종을 상징한다. 벗어 놓은 신발은 신과의 신성한 약속을 뜻하며 거울 속의 화가는 결혼식 증인으로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화가 자신은 이 작품에서 관찰자이자 참여자로 화면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면서 따뜻함과 서정성과 삶에 대한 은유를 그림에 담고 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해 직설적이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녀의 초상 (얼굴)’ 을 보면 전체 얼굴의 윤각에 비해 눈, 코, 입이 너무나 작다. 비정상적인 표현으로 양감이 넘친다. ‘보테로’식의 뚱보 얼굴모습이다. 그 인물이 소녀라는 사실은 헤어스타일과 머리에 맨 리본과 복장에 의해서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죽어가는 소’의 그림을 본다. 투우장에 나가는 소는 소로서의 엄격한 프로필을 요구받는다. 즉 소의 혈통, 사육장소, 나이, 무게 등이 제한된다. ‘보테로’에게는 투우 자체가 작품에 영감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다.

그가 투우장에서 목격한 소와 투우사의 혈전, 삶과 죽음의 처절한 장면, 소의 마지막 죽음이 화폭으로 옮겨진다.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이중섭의 황소 그림과 우리나라 경상도의 황소 싸움이 떠오른다. 넘쳐 나는 힘, 우악스러운 근육과 격동하는 모습, 왕방울 같은 눈알, 코에서 식식거리며 내뿜는 콧김, 앞발로 흙을 차고 구부리는 자세, 한마디로 소는 힘의 상징이다.
 

‘보테로’의 자화상 앞에 서본다. 투우사의 복장을 하고 손에는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자세로 서있다. 그는 여러 점의 자화상 중에 이번 전시회에서는 투우사 복장을 한 자화상을 출품했다. 그가 얼마나 투우에 대한 관심과 특이한 애착이 있었던 가를 보는 것 같았다. 유년시절에 투우의 영향을 깊고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듯 했다.
 

전시장 초입에 청동으로 된 검은 고양이 조각상이 있다. 그 크기가253×195×163 cm 이다. 전시장으로 들어갈 때에는 그것이 ‘보테로’의 조각 작품인줄 몰랐다. 이 고궁에 웬 어울리지 않는 조각 작품인가 하고 기이하게 생각했다. 전시장 안에 들어 와서야 그게 유명한 ‘보테로’의 작품임을 알고 전시장을 나와 다시 꼼꼼히 관찰하게 되었다. 나의 무지한 소치임을 고백한다.

이 조각 역시 양감을 강조해 놓고 있다. 힘의 상징처럼 확 트인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3차원적인 입체감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보테로’의 이색적인 조형세계를 마음껏 감상하고 고궁을 한 바탕 둘러보고 나온 셈이다. 모처럼 예술가의 대작과 역사현장의 향취를 만끽하는 두 가지 행복을 한꺼번에 누렸던 것 이다.

본 원고는 필자의 집필 시기와 게재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사진 / 최단 박사 : 최단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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