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 교육감들은 정부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앞두고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민의와 역사학계의 의견을 경청하여 진지하게 재고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교육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는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큰 틀에서의 교육과정의 범주를 정하고, 그 허용 범위 내에서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교과서를 통해 교육과정을 보다 풍부하게 하며, 이로써 다양한 인식과 상상력의 지평을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국사 교육이 반드시 국사 교육과정 및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스스로 선택해온 교육과정의 다원화 및 자율화 흐름과 모순됩니다. 다른 교과에 비해 국사가 갖는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국가가 일방적으로 확정한 하나의 교과서로 획일적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과 창의성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과 시선이 때로는 선의의 경쟁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토론도 하면서 조화롭게 공존할 때 비로소 교육내용의 질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바른 역사관이 수립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모든 역사학계의 비판이 들끓고 있습니다. 특히 며칠 전 서울대학교의 5개 역사학과 교수님들께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의견서에서 교수님들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합치하지 않으며,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는 정책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오랜 고난 끝에 이룩한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으며, 똑같은 역사 교재로 전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교육감들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올바른 역사 교육을 고민하고 교육이 잘 이뤄지기를 염원하며 학교 현장에서 역사 교육이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라고 하는 불필요한 제도적 역행으로 훼손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부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중단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올바르고 풍부한 역사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기를 정중히 요청합니다.
2015년 9월 8일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저작권자 ⓒ 뉴스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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