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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

김은식 기자 | 기사입력 2014/03/05 [08:24]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

김은식 기자 | 입력 : 2014/03/05 [08:24]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노을에
자연과 하나가되어 흠뻑 취했던 시간이
너무도 강렬한 감동이었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찬 겨울바람에는 염분저린 비릿함도, 진한 갯벌의 흙냄새도 정겹기만 하다, 작고 작은 생명들의 바쁜 움직임들에 품고 싶은 사랑스러움이 샘솟고 메마르고 찬바람에 흔들리며 발가벗은 몸을 떨고 있지만 곧 푸름과 풍성의 옷을 갈아입고 환한 미소로 화창한 봄날 또다시 나를 반길 설렘이 가슴에 큰 기쁨으로 스민다.

갯골이란 갯고랑의 준말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갯벌의 꼬불꼬불한 골짜기를 말하는 것으로서 시흥의 내만(內彎) 갯골길은 한반도에서 단 3곳 중?한곳으로 인천 앞바다부터 시흥시까지 깊게 들어온 갯골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행성(뱀이 움직이는 형태) 내만갯골로 12시간 25분 간격으로 서해안과 같이 밀물과 썰물이 유입으로 형성된 경기도에선 유일한 갯골이다.

시흥시청에서 출발하여 장현천을 따라 약1km 가면 시흥 들녘에서 수확한 쌀을 모아 도정(정미소)하는 쌀 연구회가 나온다. 개울을 따라난 방죽길이나 들녘길 어느 쪽으로 가도 갯골 한 바퀴를 돌아 이곳에서 다시 만난다.

갯골길의 이정표인 솟대의 오리주둥이 방향을 알려주는 데로 따라 길을 나서 약 2.7km 정도에 위치한 갯골생태공원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 드넓은 염전과 갯골의 처참함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 추위에 밀물이 들어와 얼고 빠지고 다시 들어와 얼고 빠지고를 반복하며 얼음두께가 솟구치기도, 폭삭 내려앉기도 하며 어지러운 석탄가루 같은 갯벌얼음 파편들이 널려있다. 이곳부터 다시 방죽을 따라 간다. 여기서부터 마치 뱀이 기어오듯 구불구불 부드러운 골짜기를 형성하며 흐르는 갯골과 과거의 향수가 물씬한 양옆으로 드넓은 염전지대가 펼쳐진다.

이 소래염전은 1934~1936년에 조성되어 갯골을 중심으로 145만평 정도가 펼쳐져 있으며 당시 여기서 생산되는 소금은 수인선과 경부선 열차로 부산항에 옮겨진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하며60여년의 긴 세월동안 월곶동을 비롯한, 포동, 방산동의 주민들의 생활 기반과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인근 남동, 군자염전과 함께 우리나라 소금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하였지만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1996년 7월 31일 폐염 되었다고 한다.

1996년 폐염 후 16년이 지난 이 갯골은 다양한 염생식물 및 각종 어류, 양서류 등이 서식하고 이를 먹이로 삼는 다수의 조류와 포유류가 찾아오고 염생 식물과 희귀 동, 식물의 서식처로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으며 1년에 7가지 색깔로 변한다는 칠면초, 1년초로써 잎이 솔을 닮아 ‘갯솔나무’라고도하고 청산별곡에 나오는‘나마자기’라는 나문재를 비롯한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과 붉은발 농게, 몸보다 집개가 더 큰 방게 등의 갯벌생물서식하고 또한 산림청 희귀식물로 지정된 모새달(벼과의 다년초) 군락지가 전 지역에 고르게 퍼져 있어 갯벌생태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천혜 생태의 보고라 할 수 있고 이처럼 다양한 생물이 찾아오고 서식할 수 있는 것은 밀물썰물에 의한 아직까지 자연생태 고리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아닐까.

갯골생태공원 입구에 쓰러져가는 소금저장 창고엔 염전이 제구실을 했을 땐 일꾼들의 가쁜 숨소리와 땀 냄새가 가득했을 법도한데 사람들의 온기가 사라져간 창고는 폐허가 되어 힘겹게 지탱하고 있다. 지금은 추억으로만 남겨진 이 삶의 흔적에서 다른 업종보다도 문명의 이기 도구들이 전혀 가미되지 않고 뜨거운 태양아래서 일일이 가랫대로 소금을 모으는 삶의 고단했던 모습들이 일순간 그려지기도 한다. 이 땀내 나는 삶의 현장도 저 건너에 보이는 아파트 숲의 괴물이 야금야금 먹어 들어와 조만간에 거대한 회색 상자덩어리들의 숲이 되겠지  바람이 지나길 틈도 없이 빽빽이 들어선 거대한 아파트의 회색 괴물들이 바로 갯골의 코앞까지 들어와 진을 치고 드넓은 염전을 먹이를 탐닉하는 늑대들처럼 내려다 있으니 말이다.

내 나름의 걱정이 기우이길 바라면서도 이제껏 수많은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레 터득된 안목(?)이 어김없이 적중되는 것은 경험에 의한 혜안(慧眼) 이랄까 
가슴에 담아두었던 길을 한해가 지나 그 향기를 따라 기쁜 발걸음으로 다시 찾으면 이내 실망하고 육두문자를 던지며 돌아온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 단체장들이 바뀔 때마다 주민을 위한다는 구실로 복지네 뭐네 개발이란 명목아래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환경들을 하나씩 훼손하고 파괴하며 뭉그러트려버리는 몰지각한 행태를 보아온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결과를 보면 진정 사람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치적사업의 흔적을 남겨 임기 후 다음단계로 오르기 위한 홍보성 상징사업을 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갯벌생태공원에서 1.3km 가면 섬산이다. 장현천에 물을 보태는 작은 개울이 이곳에서 갈라져 흐르고 이 작은 개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된 끝에는 큰 비가 내렸을 때 떠내려 온 산이라고도 하고, 논 가운데 섬처럼 떠 있어 섬산이라 명명되었다고 한다.

섬산을 지나서도 왼쪽은 염전, 오른쪽은 갈대밭과 함초가 가득 메운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다. 방산대교까지는 악2km. 방산대교에 올라서면서 왼쪽엔 어렴풋이 바다가 보인다. 제법 바닷물이 유입되는 입구가 가까워서인지 넉넉해진 갯골에는 배를 정박시킬 때 썼던 닻이 갯벌 바닥에 을씨년스럽게도 방치되어 있다. 눈길을 서쪽으로 주면 소래포구에 정박한 수십 척의 배들이 작은 깃발을 바람에 날리며 아스라하게 보인다.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내만갯벌인 장현천과 갈대밭. 밀물 때면 소래포구를 통해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온다.

방산대교를 건너 가파른 철 계단을 내려와 시청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은 포동펌프장을 지나면서부터 나타나는 갯골길 가운데 가장 큰 갈대군락을 이루고 있어 좁다란 갈대 숲길을 걷는 느낌은 특별한 여행이기도 하다. 갈대숲 사이의 탐방로를 따라 가면 사람의 모습은 큰 갈대의 숲에 묻혀 보이지 않고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만 여운처럼 들린다. 또 갈대밭 사이로 재잘거리며 날아다니는 새소리도 정겹고 가는 길을 안내하는 높은 솟대도 겨우 꼭대기의 모습만 붉은 노을의 하늘에 떠있다.

겨울의 차디찬 해풍에 갈대와 억새의 흔들림 들은 서로서로 부대끼며 살을 맞대어 온기를 만들어가며 겨울 한파를 견디려는 생존의 몸부림이 아닐까  갈대들의 서로 부대끼는 온기 속에서 먼 길 떠나지 못한 철새들은 보금자리의 둥지를 틀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밑둥치 양지바른 곳에 웅크리고 앉아있기도 한다.

황량한 벌판의 갯골 겨울은 정적인 침묵인 듯 보이지만 갯골과 갈대숲 사이사이를 살펴보면 작지만 끊임없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작은 희망의 소리가 있는 세상이다. 꽁꽁 얼어 겹겹이 쌓인 얼음장들이 하루에 두 번씩 들락거리는 바닷물에 얼고 부서지고 밀리고 밀려 겹겹이 쌓이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그 차가움에도 간혹 이름 모를 작은 생명들은 갯벌구멍을 들락거리고 몇 종의 철새들은 옹기종기모여 먹이를 찾아 살피고 갈대 숲속엔 새 생명이 탄생하는 움직임들 속에서 설렘으로 다가오는 희망의 봄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덧 진한갯벌 흙과 뒤범벅이 된 밀물의 흐름이 주홍색 홍조를 띠우며 갯골에 누우려는 듯 발을 뻗는다. 붉게 타는 노을의 파노라마에 넋을 잃고 연신 사진기와 내 영혼이 일치되는 셔터소리에 취하다보니 자연의 풍광에 흠뻑 취해버린 짧은 시간이었다. 겨울해풍의 쌀쌀함이 느껴진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어둠은 이미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자석에 끌리듯 바쁜 재촉의 종종걸음에 놀라 갈대숲의 철새들이 후드득 어둠을 향해 날아올라 나또한 멈칫멈칫 놀래기도 한다.

갯골 물길에 아직도 떠다니는 철새를 보며 찬 겨울 밤바람에 온전히 이 밤을 지새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지만 이내 기우임을 알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렇지 이미 저들은 혹독하게 추웠던 올 겨울을 온전히 견뎠으니…….
내 인기척에 놀라 갯골에 웅크리고 있던 철새 한 쌍이 잘 가라는 듯 내 머리 위를 지나 어둠의 하늘로 솟구치며 저만치 가서 사뿐히 내려않는다.

길고긴 갈대숲 사이 길을 따라 한참 걸으면 부흥교가 보인다. 무지개다리 건너편엔 아까 출발했던 갯골생태공원이 보인다. 방죽을 따라 배수갑문으로 향해 장현천을 건너니 이정표는 논두렁길을 향하고 있다. 연밭의 좁은 길을 지나야 하지만 길이 좁고 날씨가 풀리면 미끄럽기도 하고 찰흙이 발에 엉기기도 한다. 이정표대로라면 질러가는 길이지만 어둠이 내려앉은 좁은 연밭 두렁길이라 돌아가는 장현천의 강둑을 걸어 시청에 도착한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찬 겨울바람에는 염분저린 비릿함도, 진한 갯벌의 흙냄새도 정겹기만 하다, 작고 작은 생명들의 바쁜 움직임들에 품고 싶은 사랑스러움이 샘솟고 메마르고 찬바람에 흔들리며 발가벗은 몸을 떨고 있지만 곧 푸름과 풍성의 옷을 갈아입고 환한 미소로 화창한 봄날 또다시 나를 반길 설렘이 가슴에 큰 기쁨으로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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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늠내길 제2코스(갯골길)
갯골도보 여행은 표고 차 없는 평지로서 방게, 농게 등 갯골 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이름 모를 철새들도 머물기 때문에 자연생태 체험학습으론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자녀와 함께하면 교육적 가치로 매우 좋은 곳이다.
갯골사이에서 여유를 즐기는 철새와 친구가 되고 싶어지며 갯바람에 실려 자연과 하나가 되는 매력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더 진하게 경험하려면 갯골의 갈대숲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일몰은 장관으로 해지는 시각을 맞추어(오후1~2시경시흥 시청을 출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해풍에 변화무쌍한 기온 차 대비한 여벌의 옷이 필요하고 매식할 곳이 전혀 없어 약간의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이동시간이 길어 가급적 승용차 이용,
시흥시청~쌀연구회~전망대~ 갯골생태공원~ 제방입구~ 섬산~ 방산대교~방산펌프장~포동펌프장~부흥교~배수갑문~군자갑문~·시청
총 16,9km (약 5시간 소요)

본 원고는 필자의 집필 시기와 게재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사진 /  임용재 여행작가, 임팩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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