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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_1980년대를 추억하며

김재천 기자 | 기사입력 2014/02/19 [12:29]

‘더 스크랩’ _1980년대를 추억하며

김재천 기자 | 입력 : 2014/02/19 [12:29]

1. 도서명 : ‘더 스크랩’ _1980년대를 추억하며
2. 원제   : ‘The Scrap’ 懐かしの一九八〇年代
3.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4. 역자   : 권남희
5. 정가   : 13,000원
6. 출간일 : 2014년 2월 20일
7. ISBN  : 979-11-85014-47-0 03830
8. 쪽수   : 288쪽
9. 판형   : 137×195mm(무선)
10. 분류  : 문학 > 에세이 > 외국 에세이 /   문학 > 일본문학
11. 책 소개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1980년대, 하루키 씨와 제대로 추억하기
걱정 마세요, 재미있으니까!

비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더 스크랩》을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다. 원문을 충실하게 반영한 새 번역에 제목과 꼭 닮은 커버재킷을 입은, 한층 알찬 구성이다. 사진삽화와 앙상블을 이뤘던 원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존 한국어판에 없던 40여 컷의 일러스트도 새로 그려넣었다. 구성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뉜다. 처음 장은 <에스콰이어><롤링스톤><라이프><뉴욕타임스> 등, 신문과 잡지에서 흥미가 당기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쓴 81편의 ‘스크랩’ 에피소드이고, 개장을 앞두고 있던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1984년 LA 올림픽 시즌에 쓴 ‘올림픽과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특히, 둘째 장에는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에 동행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일러스트를 함께 수록해 오랜 콤비 ‘무라카미 하루키×안자이 미즈마루’가 빚어내는 글과 그림의 하모니도 맛볼 수 있다.  

《더 스크랩》은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격주간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들을 한데 엮은 책이다. 지금은 환갑이 훌쩍 넘은 작가가 서른다섯 살이던 시절이고, 작품으로 보면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한 즈음이다. 책에 실린 것처럼, 마이클 잭슨이 전세계 뮤직차트를 석권하고, 파랑 펩시와 빨강 코카콜라가 열띤 경쟁을 펼치고, 로키와 코만도가 테스토스테론을 마구 뿜어내던, ‘로망’ 가득한 시절이다. 카렌 카펜터스와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유명을 달리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 태어난 아기들이 벌써 스물아홉, 서른이 되었으니 꽤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되는 셈이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오늘도 그 시절의 문화를 향유하며 살고 있는 데다, 무진장 재미있으니까! 작가를 닮은 심플하고도 유쾌한 문체, 그 특유의 리듬감에 실린 1980년대가 이제 한국 독자에게 응답할 차례다. 

12. 저자 및 역자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photo © Iván Giménez_Tusquets Editores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연극과에서 공부했다. 1979년《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첫 장편소설《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는 2009년을 기점으로 천만 부가 판매된 대표작《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여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6년 체코의 ‘프란츠카프카상’을, 2009년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카탈루냐국제상’을 수상했다. 전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50개 이상의 작품이 번역 출간된 명실상부한 세계적 작가로, 특히《1Q8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의 최근작은 독자들이 출간일 꼭두새벽부터 서점 앞에 늘어서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비채근간《먼 북소리》《재즈의 초상》 등 개성적인 문체가 살아 있는 에세이 역시 소설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밖에 《도쿄기담집》《애프터다크》《시드니!》등 다수의 작품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옮김_ 권남희 權南姬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등 ‘무라카미 라디오’시리즈를 비롯해 우타노 쇼고의《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마키메 마나부의 《위대한 슈라라봉》비채근간, 그밖에 《질풍론도》《누구》《배를 엮다》《애도하는 사람》《밤의 피크닉》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고, 《길치모녀도쿄헤매記》《번역에 살고 죽고》《번역은 내 운명(공저)》등을 썼다.

13. 책 속에서

‣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슬랩스틱>에 나오는 확대 가족 얘기는 아니지만, 미국에는 참으로 많은 클럽이 있어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한두 군데 정도의 클럽에 소속해 있다. 《Encycolopedia of Association》이라는 책에 따르면, 미국에는 알려진 것만도 일만팔천사백십사 개의 클럽이 있다고 한다—라고 해도 그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알 수 없지만.
특이한 모임을 들어보자면, ‘짐 스미스 협회’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전국의 짐 스미스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클럽으로, 일본으로 말하자면 ‘야마다 이치로 클럽’쯤 될 것이다. 회원 수는 현재 일천이백십팔 명으로 모임의 목적은 짐 스미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주자는 것이다. 이것은 짐 스미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회장 짐 H. 스미스 주니어 씨는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전국의 짐 스미스들이 모두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름이 짐 스미스여서 겪는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여행할 때 가명을 쓴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회장인 짐 스미스 씨처럼 부인 이름이 제인이거나 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호텔 카운터에서 번번이 이상한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엾은 얘기다. 그러고 보니 나도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이름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아무리 펜네임이어도 좀 그렇지 않아요?”라는 말을 듣고 주눅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 어디가 좀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본명입니다. 죄송합니다.
_p.137-138 <경이로운 짐 스미스 협회>에서

‣ 나는 일단 자유업자여서 위크데이도 주말도 전혀 관계가 없다. 그래서 요일 감각 없이 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날을 보내게 된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물어도 얼른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화목토가 쓰레기 버리는 날, 월요일이 이발소 정기휴일이란 것만은 외우고 있어서, 이것이 요일 망각증의 최후 방지책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곤란하게도 내가 ‘자, 오늘은 이발소에나 갈까’라고 생각한 날은 언제나 월요일이다. 일주일은 칠 일이니까 목요일이나 토요일에 이발소에 가고 싶어져도 좋을 텐데, 그렇게는 되지 않고 이발소에 갈 채비를 한 뒤 ‘혹시’ 하고 달력을 보면, 어김없이 월요일이다. 이런 경우 정말 짜증난다. 어째서 이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참 경제적이지 못한 스타일이다.
_p.270 ‘올림픽과 별로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 에서

14. 출판사 리뷰

작가적 근력과 재기 넘치는 순발력, 여유 있는 유연성까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세계적인 작가의 기초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메타 에세이

《더 스크랩》을 읽는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난다는 데 있다. 육 개월 전에 담배를 끊었는데 꿈속에서 무의식중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꿈에서도 깜짝 놀랐다며 애꿎은 말보로 광고를 타박하고(<말보로 나라로 오세요>), 머리숱도 별로 없는 아저씨 빌 머레이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이냐며 질투 섞인 투정을 부리고(<빌·‘고스트 버스터스’·머레이>),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가만히 있어도 한 달에 기만 부가 팔리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궁금해하기도 한다(<1951년의 파수꾼>). 하루키 에세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 음악, 책 이야기도 풍성하다.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환>을 세 번이나 봤다며 스타워즈 예찬론을 늘어놓고(<스타워즈의 츄바카>), 스티븐 킹의 팬이지만 그래도 <쿠조>는 좀 지루했다며 솔직한 독후감을 토로한다(<스티븐·공포·킹>).

“〈에스콰이어〉 12월호는 《호밀밭의 파수꾼》 출판 삼십 주년을 기념해서 ‘중년을 맞이한 파수꾼’이라는 작은 특집기사를 꾸몄다. 소설도 생일을 축하받다니 대단한 일이다. 흔히 이십 년 지나도 평가가 변하지 않으면 그 소설은 진짜라고 하는데 (…중략…) 그런데 가만히 내버려둬도 한 달에 이삼만 부가 팔리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_<1951년의 파수꾼>에서

 “지난번에도 이 칼럼에서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쿠조〉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같은 스티븐 킹 원작으로 존 카펜터가 감독한 <크리스틴> 이야기다. 유감스럽게도 이 원작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하여간 줄줄이 신작을 내는 사람이라) (…중략…) 그러나 그럼에도 이 영화는 참으로 재미있다. 어디가 재미있는가 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의 빈티지 자동차인데, 그 점이 재미있다.”_<스티븐 킹&존 카펜터>에서 

하여간 기분 나쁘지 않게 ‘돌직구’를 날리는 법을 하루키만큼 잘 아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한편 아침 발기 횟수에 대해서 집요하리만치 상세한 통계를 전달하고(<늙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성병 헤르페스에 대한 정보를 담담하게 설명하고(<헤르페스1,2>), 유명인사의 연수입을 키워드 삼아 당당하게 돈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레지 잭슨과 빌리 조엘, 두 사람이 100만 달러를 버는 방법>) 등, 다소 주뼛거릴 수 있는 화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사소할 뿐이라며 이삿짐을 싸다 벽장에서 나온 오래된 앨범을 보듯 무심코 봐달라고 작가는 책머리에서부터 겸손을 표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글들의 백미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빤한 순간을 무라카미 작가만의 눈으로 스크랩하여 들려주는 점일 것이다. 작가가 ‘로키’ 실베스터 스탤론을 두고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로키’가 뻔한 시리즈라고 한다면 스탤론의 인생도 뻔한 인생이다(어쩌면 누구의 인생이건 뻔한 인생이다). (…중략…) 신의 계시라고 말하지만, 딱히 그 정도는 아니다. 여자, 술, 사치, 좌절…… 성공에 필수적으로 따라다니는 흔히 있는 얘기다. 그러나 그 흔히 있는 얘기를 ‘신의 계시’라 생각하고 대작 영화를 만들어 히트시킨 점이 스탤론의 대단한 점이다.”_<호랑이 눈·‘로키’·스탤론>에서  

그런 점에서 하루키도 꼭 마찬가지로 대단하다. 일상이라는 아득한 크레바스에서 빛나는 순간을 길어올려 이렇게 걸작 에세이로 풀어내 히트시키니 말이다. 역시 하루키!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 만으로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작가답다. 서른다섯, 청년작가 하루키의 존재감으로 반짝반짝하는 《더 스크랩》은 그 시절 청년들은 물론이고 삼십 년 후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흥미진진한 독서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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