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찬 회동 및 나눔의 집 방문 시 양기대 시장과 슈뢰더 전 총리 대담 - 슈뢰더 전 총리와 한반도 통일 준비, 어젠다 2010, 탈원전, 유러피안 드림 등 대화 [광명=김용환 기자] 양기대 광명시장이 11일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오찬을 함께하며 한반도 통일 전망과 정책 어젠다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이날 오찬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김한정, 박주민 의원 등이 배석했다. 양기대 시장은 슈뢰더 전 총리가 재임기간(1998~2005)에 추진한 △어젠다 2010 △탈원전 정책 △유러피안 드림 등 핵심 정책과 가치 외에도 △독일의 과거사 사과 및 일본의 사과 촉구 △한반도 통일 준비 등에 대해 대담했다. 다음은 양기대 시장과 슈뢰더 전 총리의 대담 및 자서전을 재구성한 내용. ▶양기대 광명시장(이하 양기대) : 11일 저의 안내로 광주 나눔의 집 방문 시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촉구한 메시지가 크게 화제가 됐다. -슈뢰더 전 총리(이하 슈뢰더) : 총리 재임시절인 2001년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설립해 독일 경제계의 모금액으로 주변 피해 국민들에게 배상금을 송금했다. 그리고 2004년 폴란드 바르샤바 시민 봉기 60주년 행사에서 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사과했다. 내 자서전에도 언급했지만 과거에 대한 기억 없이는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어떤 민족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양기대 : 나눔의 집에 갔을 때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흉상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할머니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적극 추천하는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슈뢰더 :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최초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는 양시장의 설명을 듣고, 할머니의 용기에 감동했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역사에 여성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오찬 자리에서 김한정 의원이 할머니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눔의 집에서 이에 동의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인권회복을 위해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미래의 역사를 쓰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적극 추천한다. ▶양기대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이다. 이를 위해 광명시가 범국민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슈뢰더 : 나눔의 집에서 이용수 할머니(90)가 “홀로코스트(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의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내가 무릎 꿇고 사과했다는 사진을 보고 부럽고 서러워 울었다”는 말씀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지난 1970년 무릎 꿇고 사과한 사람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이지만, 이 할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가만히 들어 드렸다.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이옥순 할머니가 또렷한 목소리로 “우리가 죽기 전에 일본이 사죄와 배상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말씀에 “할머니들이 살아생전에 일본이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양기대 : 자서전 서문에서 두 나라가 공유한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아직도 통일은 먼 얘기로 들린다. -슈뢰더 :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되었을 때가 떠오른다. 우리 세대 사람들은 동서독이 총알 한방 오가지 않고 그처럼 평화롭게 통일되리라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마치 얘기치 않은 지진처럼 통일이 불쑥 찾아왔다. 서문에도 밝혔지만, 한국도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통일 이후 새로운 동북아, 한반도의 정세를 예측하고 이에 걸맞은 문명화된 한국의 모습을 미리 설계하기를 권하고 싶다. 준비 없이 변화는 없다. ▶양기대 : 11일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대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힘들더라도 대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 어떤 경우에도 전쟁이 평화를 대신할 수 없다. 남북은 반드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 3대 강대국이 공조해 북한을 압박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북한 정권은 권력 유지를 위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계속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양기대 : 총리로 재임 시절 핵심 정책이 ‘어젠다 2010’이었다. 실업연금 지급 기간 축소,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실업수당과 건강연금 보험 등 국가 개혁안을 담은 어젠다 2010에 대해 사민당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고 총선 패배로 이어졌으나, 이후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가 이어 받았다. 어젠다 2010에 대해서는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개혁의 기수로 바꿨다,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상반된 평이 들린다. 어젠다 추진 당시를 돌아볼 때 아쉬운 점은 -슈뢰더 : 최저 임금제 도입을 함께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정부에서도 최저임금제를 잘 추진하기를 권한다. ▶양기대 : 자서전 중에 제레미 러프킨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유러피안 드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생각이 인상 깊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 가치에 공감했다. -슈뢰더 : 총리 재임시절인 2000년 독일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합의를 타결시켰다. 개인의 부를 추구하는 아메리칸 드림보다,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 삶의 질, 세계적인 협력을 추구하는 ‘유러피안 드림’이야말로 지금도 낡지 않은 가치다. 원자력발전소 폐쇄는 이러한 가치에 부합한 올바른 의사결정이었다. <저작권자 ⓒ 뉴스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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