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감동시킨 ‘안양시 아름다운 동행‘ 천지(天池)를 열다
안양시산악연맹 김기선 회장 인터뷰-동행 참가자들(안양시산악연맹과 장애인 24명, 자원봉사자 93명)의 뜨거운 환희와 눈물
김용환 기자 | 입력 : 2017/09/06 [11:01]
백두산 정상의 천지(天池)에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없었다. 그곳에서는 진정한 산악인, 마음 따뜻한 산악인만이 있었다.
지난 8월 27일 멀리 백두산 정상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안양시산악연맹(회장 김기선)이 주최하고 안양중앙산악회(회장 노기봉)ㆍ안양충청산악회(회장 왕종두)ㆍ안양부흥산악회(회장 정덕원)ㆍ안양4050또래산악회(회장 김병식)ㆍ안양TS산악회(회장 김기선)ㆍ안양시장애인복지회(회장 홍재식)ㆍ안양사랑나눔회(회장 원광희)가 주관한 ‘2017 아름다운 동행, 백두산 등정 및 고구려유적지 답사’에서 장애인24명을 포함한 120여명의 안양 산악인들이 백두산 천지 앞에서 환희의 함성과 감격의 눈물, 그리고 감사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의 사진들이 SNS 와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서 전송되기 시작했다.
휠체어 4대, 시각장애인 6명을 포함한 장애인 24명과 자원봉사자 산악회원들에게 천지(天池)는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삼대가 걸쳐 덕을 베풀어야만,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 온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는 천지, 1년에 60일 정도만 잠깐 잠깐 열어준다는 그 어려운 천지가 이들에게 활짝 열렸다. 그런 기적 앞에서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첫날 심한 눈보라와 우박 등 험준한 날씨 속에서 발걸음을 돌렸는데, 이튿날과 그 다음날에도 천지를 볼 수 있는 맑은 날씨를 허락해준 하늘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동의 스토리로 다가옵니다.”
김기선 회장은 그날을 그렇게 회상한다.
이번 백두산행은 지난 2015년 선운산 산행에서 장애인 한분이 김기선 회장에게 ‘백두산을 꼭 올라가보고 싶다’는 소원을 김기선 회장에게 전하면서 시작되고 준비되었다.
그러나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백두산행은 처음부터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많았다. 산행에 필요한 경비와 장비들, 부정하게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들이 있었지만 장애인들은 매월 일정금액을 적립하며 산행 경비를 모았고, 든든한 믿음과 신뢰를 아끼지 않은 TS산악회 회원들 및 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따뜻한 응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안양중앙산악회(회장 노기봉)ㆍ안양충청산악회(회장 왕종두)ㆍ안양부흥산악회(회장 정덕원)ㆍ안양4050또래산악회(회장 김병식)ㆍ안양사랑나눔회(회장 원광희)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동참을 해줌으로써 역사적인 백두산행이 가능해졌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산에 올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굉장히 힘든 일이죠. 장애인들이 가보고 싶어도 옆에서 끌어주고 밀어주고 업어주고 들어메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아무데도 못갑니다. 휠체어 한 대에 4명에서 5명이 밀고 끌고 올라갑니다.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분들이 산행에서 가장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입니다.”
김기선 회장의 장애인과 함께하는 산행은 2010년 병원에서 폐질환으로 6개월 시한부 사망선고를 받으면서 계획되기 시작했다. 병원입원 후 휠체어 타고 산소통 메고 다니면서도 줄곧,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면 함께 하는 선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심장병환자돕기 산행,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산행 등으로 실천되기 시작했다.
“2011년도 10월 23일에 처음으로 지리산 노고단에 장애인들과 함께 올라갔습니다. 그게 그들과의 첫 산행입니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정상에 섰을때의 표정과 환희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기쁩니다. 모두가 함께 기쁨의 희열을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김기선 회장에게 산은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존재일까?
2003년도까지 한국명산 및 오지 개척산행 3천회 등반을 마치고 2004년도 부터는 해외 명산 등반 및 트레킹 코스를 개척하기 시작한 김기선 회장에게 산(山)은 그 자체가 삶의 연속인 듯 하다.
“힘들 때, 고민이 있을 때, 마음이 혼란해 질 때 산에 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 됩니다. 고민도 풀어지고 내 마음도 다스릴 수 있는 좋은 곳이 바로 산입니다. 산에만 가면 마음이 편해 집니다.“
산은 관용이고 포용이다. 세상의 모든 울분과 슬픔과 괴로움도 산은 다 받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상에 올라가면 가슴이 탁 트이고 통쾌해 짐을 느끼는 것이다. 원수지간에 싸움을 아무리 많이 해도 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손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화해가 이루어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이유다. 그렇게 산은 세상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며 포용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리라.
김기선 회장은 그러한 산을 향한 삶을 통해서 한번뿐인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산을 오를 수 있는 기력이 남아 있는 한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행을 계속해서 꿈꾼다.
Q. 장애인들에게 한마디
늘 이야기 합니다. 장애인들이 너무 좌절하지 말고, ‘비장애인들처럼 나도 산에 갈 수 있다. 정상에 올라 설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가져라. 자신감만 있으면 안될것이 없다. 일반 생활속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하기 바랍니다.
비장애인들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Q. 앞으로의 계획
가깝게는 내년 봄 유체꽃이 필 쯤에 장애인들과 청산도를 가려고 합니다.
또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10박 11일 일정으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장애인분들과 자원봉사자님들과 함께 갑니다. 그 곳 네팔 빈민가 등에서 일박을 하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는 안경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일정은 장애인들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트래킹하며 안나푸르나의 멋진 경관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Q. 함께 해주신 분들게 한마디
어려움 속에서 함께 해주신 안양중앙산악회(회장 노기봉)ㆍ안양충청산악회(회장 왕종두)ㆍ안양부흥산악회(회장 정덕원)ㆍ안양4050또래산악회(회장 김병식)ㆍ안양TS산악회(회장 김기선)ㆍ안양시장애인복지회(회장 홍재식)ㆍ안양사랑나눔회(회장 원광희) 임원 및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힘든 가운데서도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의료봉사에 헌신해주신 기운찬 한의원 최승범 원장님,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3박4일동안 손발이 되어주신 김재윤 봉사자님께 마음속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