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설명에 이어 이번 호에는 노동시장개혁 4법 중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 및 건설공사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등 현행법상 근로자파견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55세 이상 고령자의 파견을 허용하고, 그간 금지되어 왔던 금형·주조·용접 등 6개 업종의 뿌리산업에 대한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며, 관리직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자 중 파견근로자 임금이 고용노동부장관이 최근 조사한 근로소득 상위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고소득자에 대하여 관련 업무의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동 법률이 1998년 2월 20일 제정된 이후 파견허용 업무가 한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급변하는 노동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현행 32개 파견허용업무는 유지하면서도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하여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른 고령자의 일자리 확충 필요성에 부응하고, 고소득 전문직의 재취업 촉진 및 중소‧중견기업의 관련 인력수요를 적기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인력난이 심한 뿌리산업에 대해서는 파견을 허용하여 기업 인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특히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핵심 공정기술로 2013년 기준 업체 수는 26,013개소(제조업의 7.6%)이며 고용인원은 42만명(제조업의 11.7%)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성장동력이나 외국인근로자에 의존하는 등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뿌리산업의 인력난 해소와 국내근로자 고용촉진을 위해 파견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현행법령상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업무는 한국표준직업분류상 컴퓨터 관련 전문가, 번역가 및 통역가, 음식 조리 종사자, 여행안내 종사자, 건물 청소 종사자, 수위 및 경비원 등 32개 업무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가 근로자파견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파견허용업무를 제한적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오다가 2000년대 초에 선원, 항만, 운송 등 일부 금지업무를 제외하고는 근로자파견을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꿔 운용하고 있다.
둘째, 현행법상 근로자파견 금지업무에 도선사업법상 유선·도선에 승선하는 선원의 업무, 철도안전법상 여객을 운송하는 철도종사자의 업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 업무를 추가하여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핵심 업무에 파견 근로자의 사용을 제한하도록 하였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에 파견근로자 사용을 제한하여 이들의 고용안정을 통해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에도 구난활동을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책임 있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참고로 현행법상 근로자파견이 절대적으로 금지된 업무는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지역의 업무, 선원법상 선원의 업무,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 등이고, 대통령령으로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분진작업을 하는 업무, 산업안전보건법상 건강관리수첩의 교부대상 업무, 의료법상 의료인 및 간호조무사의 업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상 의료기사의 업무, 여객자동차운수사업 및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의 운전업무 등이 파견금지업무로 지정되어 있다.
셋째, 근로자파견계약에 파견대가 항목을 직접인건비, 간접인건비, 일반관리비, 근로자파견사업자의 순익 등으로 구체화하여 명시하도록 하였다.
현행법상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근로자파견의 대가’만을 포함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파견업체의 과도한 중간이윤 공제 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파견근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이를 세부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여 파견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인건비 책정을 유도하고, 파견업체의 과도한 중간이득을 제어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임금수준 향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넷째, 근로자파견과 도급 등과의 구별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였다.
도급 또는 위임 등의 계약을 한 경우에도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의 작업에 대한 배치 및 변경을 결정하는 경우,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상의 지휘·명령을 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경우 및 근로시간·휴가 등의 관리 및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에 계약의 명칭에 불구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것으로 보도록 하였다.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조건 향상, 산업재해예방, 직업능력개발, 고충처리, 성과금 분배 등을 위한 지원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의 지표로 보지 아니하도록 하였다.
그동안 근로자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은 행정지침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개별 법령에 따라 원청의 산업안전 조치 공동의무, 원하청 공동 직업훈련, 기업복지에 하청근로자 배려 등 원·하청 상생 협력을 권장하고 있으나 판단주체에 따라 이를 불법파견의 징표로 판단하는 사례가 있어 지원 여력이 있는 원청도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배려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명확히 하여 위장도급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사용사업주가 위장도급에 대한 우려 없이 파견근로자의 산업안전, 복지, 능력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여 원·하청 상생협력이 확산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노동개혁 입법안 중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찬반의견이 대립하여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0대 국회에 재발의 되었다. 통과가 지연되는 주요 원인은 파견근로가 비정규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한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파견근로를 통해 일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는 고령자 및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좋고 기업들의 일시적 인력수요가 많은 전문직의 경우 본인의 선택에 따라 파견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뿌리산업의 경우 만성적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으므로 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수급의 원활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파견의 대가에 직접인건비를 명시하도록 하여 중간착취의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국민의 안전 및 생명에 관련되는 업무에 파견을 할 수 없도록 제도를 보완하려는 내용인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