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학설을 뒤엎은 '세포막 암 단백질 작동 원리' 발견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진단과 맞춤형 치료 기대
안병춘 기자 | 입력 : 2016/04/04 [11:35]
- 단백질 단일분자 분석기술 자체 개발, 기존 학설과 상반된 실증 결과 제시
- 포항공대 류성호 교수 연구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 게재
암 치료에 중요한 세포막 수용체의 새로운 분자 변형과 작동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분석기술을 통해 분자 단위 수준에서 새롭게 발견되었다.
생명체의 항상성, 생리, 질병 등의 현상에 있어 핵심 작동원리는 신호전달이다. 이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들 간의 신호전달 네트워크를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암, 당뇨와 같은 난치성 질환도 관련된 신호 전달 체계의 이상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많은 신호 전달 단백질들이 신약 개발의 표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포들 간의 신호전달 중심 결정기구를 '세포막 수용체'라 하는데 이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 전략 수립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 내 신호전달 메커니즘 중에 가장 빠르고 대표적인 작동 메커니즘은 분자 변형이다. 이러한 분자 변형은 같은 단백질 내에서도 다중 복합적으로 발생함으로써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다중 복합적 분자 변형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전무했다.
기존의 다중 복합적 분자 변형 연구의 분석상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단일 분자 수준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연구진은 단백질 분자의 특이적인 결합을 활용한 단분자영상기술인 심블럿(Single-Molecule Blotting, SiMBlot) 기술을 최초로 자체 개발하여 단일 분자 수준의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심블럿 기술을 활용하여 암 치료 표적 세포막 수용체인 EGFR에 적용한 결과, 다중 복합적 변형이 아닌 여러 종류의 단일 분자 변형으로 일어나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 이는 20년 넘도록 EGFR이 외부 자극에 의하여 다중 복합 분자 변형이 일어나 세포내 작용을 조절할 것이라고 믿어 왔던 사실과 상반된 결과이다.
*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로서 리간드인 EGF 및 TGFα 등과 결합하면서 활성화된다. 변이를 통한 과다 발현/반응은 각종 암 발생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암, 당뇨와 같은 난치병의 경우 겉으로 증상은 비슷하지만 발병 원인과 과정이 동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세툭시맙(Cetuximab)과 허셉틴(Herceptin)은 상피성장인자 수용체들(EGFR, ErbB2)의 활성을 억제하지만 이들 수용체가 발현된 암들 중 제한된 유형의 암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 세툭시맙 : EGFR과 결합하여 EGFR의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 활성화를 억제시키는 항체 항암제이다.
* 허셉틴(herceptin) : ErbB2(Her2/neu)와 결합하여 ErbB2의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 활성화를 억제시키는 항체 항암제이다.
또한 모든 환자 중 10-20%에서만 항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난치병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각각의 환자에서 질병 관련 신호전달 체계가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밀한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심블럿 기술은 모든 생명체의 가장 최소 단위인 단일 분자 수준에서 분자 상태의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향후 질병 관련 신호전달 체계의 작동원리를 규명하여 적절한 맞춤형 치료제를 선정할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심블럿 기술을 통해 세포막 수용체의 다중 복합적 분자 변형에 대해 처음으로 단분자 수준에서 정확하고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포항공대 류성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분석기술로 기존 분석 방법의 오류를 극복하였고, 이를 통해 오랫동안 인식되어 온 기존의 학설과 상반된 연구결과, 즉 세포막 수용체(EGFR)는 다중 복합적 변형이 아닌 단일 분자 변형으로 일어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으로 향후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진단과 맞춤형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류성호 교수(교신저자) 김경록(제1저자, 포항공대) 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3월 24일자에 게재되었다.
그림 1. 심블럿(SiMBlot)의 개괄도
(상) 세포막 비투과성 비오틴(Biotin) 표지 화합물(Sulfo-NHS-Biotin)을 이용하여 세포막 수용체만 특이적으로 비오틴(Biotin)을 표지한다. 표지된 세포에 상피성장인자와 같은 외부 자극을 부여한 후 세포를 분쇄하여 세포 현탁액을 만든다.
(중) 세포 현탁액을 적절히 희석하여 뉴트라비딘(NeutrAvidin)으로 표면 처리된 유리에 비오틴(Biotin) 표지된 세포막 수용체만을 고정시킨다.
(하) 고정된 세포막 수용체의 각 분자 변형 지점에 특이적인 항체를 이용하여 형광 표지를 한고, 단분자 영상 기술(Single-Molecule Imaging)을 이용하여 각각의 수용체의 분자 변형 상태를 분석한다.
그림 2. 표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단분자 블랏팅(SiMBlot) 분석
(a) 세포막에서 EGFR 활성화에 의한 각 분자 변형을 단분자 영상 기술로 촬영한 결과, 각각의 분자 변형이 단일 수용체 분자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다중 복합적 분자 변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b) 단분자 영상을 분석한 결과 두 개의 인산화 분자 변형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c) 인산화 분자 변형이 일어난 EGFR 분자에서 두 개의 분자 변형지점이 동시에 인산화되는 비율은 2% 미만으로 기존의 EGFR 활성 모델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였다.
그림 3. 상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활성의 분자적 작용기전의 개괄적 모델
20여 년 전부터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던 EGFR 활성 모델은 상피성장인자(EGF)에 의하여 EGFR은 다중 복합적 인산화 분자 변형이 발생하여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심블럿(SiMBlot) 기술을 통하여 오랫동안 받아 들여져 왔던 EGFR 활성 모델을 검증하였고, 그 결과 세포막에서 EGFR은 거의 단일 인산화 분자 변형만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암 세포를 비롯하여 많은 세포에서 작용하는 EGFR의 활성과 신호전달 체계가 다중 복합적 인산화 분자 변형에 의한 ‘All-in-One’ 방식(좌)이 아닌 다중 복합적 분자 집단에 의한 ‘All-for-One’방식(우)의 분자적 작용 메커니즘 모델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