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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행복하게 나갑니다.

"선생님들은 힘들었을 겁니다. 일을 워낙 많이 가지고 와서.."

김용환 기자 | 기사입력 2016/03/28 [08:54]

참 행복하게 나갑니다.

"선생님들은 힘들었을 겁니다. 일을 워낙 많이 가지고 와서.."
김용환 기자 | 입력 : 2016/03/28 [08:54]

 

백발이 성성하다.
체육선생님으로 이곳에 부임해 온 뒤로 37년을 한결같이 성문을 위해서 교편을 잡았다.
주변 선생님들이 가끔 '우리들의 롤모델' 이라고 부러워 하지만 정작 본인은 수양이 부족하고 아직 멀었다고 겸연쩍어 한다.
'현광수 교장'
그 오랜 세월동안 즐거움도 많았지만 가슴아픈 사연도 많았다. 하지만 힘들때마다 그리고 고비때마다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코 아이들이 없었다면 못 참았을 겁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참고 견딘 세월들이었답니다."

37년전 성문중학교에서 입사해서 2016년 8월 성문중학교에서 정년퇴임을 맞이 하는 현광수 교장을 만나 보았다. 강산이 바껴도 몇번을 바꼈을 세월동안 그 교장실은 변한것 없이 한결같은 오랜 느낌을 풍긴다. 소파도, 벽걸이도, 책장과 그 안의 책들, 한켠의 냉장고 등 모든 소품들이 현광수 교장의 평소 검소한 교편생활을 이야기 해준다.

이야기중에 냉장고로 기자를 안내하더니 열어보인다. 그 안에는 과자와 사탕과 초콜릿 등이 가득차 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에 한주먹씩 가지고 나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즐거움을 이야기 하는 현광수 교장의 백발이 성성한 얼굴에서 순간 활짝 웃는 어린아이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Q. 정년퇴임을 앞두고 허전함은 없으신지
허전함은 없다. 무엇인가 새로운것을 해야 되겠다 생각을 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참으로 많아서 그런지, 퇴임후를 생각하고 계획을 하고 있으면 허전함 보다는 즐거움이 앞선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 허전할 것 같고 섭섭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안주하는 것을 싫어 한다.

37년전 부임해 오고나서 2년 뒤부터 안양시 학교대항 체육대회에서 성문중학교 4년 연속 종합우승, 성문고등학교 6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한 일이 있다. 지는 것도 싫어 한다.

Q. 어려웠던 경험은 어떤건가요
교감으로 와서 보니 학급수와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위기가 왔다. 극복방법으로 혁신학교를 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2번 낙방끝에 3번째에 안양시에서 최초로 경기도지원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다.

2년차가 지나서 작년말에 평가를 받았는데 평가단으로부터 유일하게 칭찬을 받고 평가우수학교로 선정되었다. 평가단 참여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위기극복방법으로 안양시 최초로 자유학기제를 가져와 동안구와 결연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자유학기제를 성공리에 마쳤다. 그 결과 올해 교육부장관상을 세개나 받았다. 성문중학교가 한개를 받고, 지도교사 두명이 장관상을 받는다. 이는 교육계 사상 전무후무한 일인 것이다.
 

Q.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신지요
"우리 아들~~~"
문제아가 있었다. 담배피고 쌈질하고 수업도 맨날 땡땡이 치는 그런 아이였는데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이야기 했다. 교장실로 매일 데리고 와서 이야기 나누고, 짜장면도 함께 먹고 간식도 주고 했다. 그리고 야채도 가꾸고 거름도 주고 땀도 흘려야 하는 텃밭동아리에서 활동하게 해줬다.

나중에 이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고 순화되기 시작하더니 졸업할 당시에는 훤칠한 사나이,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때 내가 그 아이를 부르는 호칭이 "우리 아들~~" 이었다. 지금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업을 훌륭히 잘 수행하고 있다. 가끔 길에서 만나면 달려와 인사를 하기도 하고 SNS 소셜에서도 찾아와 인사를 전하곤 한다.
 

Q. 등교맞이
"절대 아이들 등교 복장가지고 혼내거나 지적하지 마라.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서 준비하고 오는 아이들인데 오히려 선생님들이 박수를 쳐주고 포옹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야단쳐봐라 이 아이들 기분이 하루종일 잡치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집에서 부부싸움하고 출근하면 그날 수업은 재미도 없고 잡치는거 아닌가. 똑같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아빠의 심정이 되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 해주자. 그래서 박수도 쳐주고 포옹도 해주고 하자. 그렇게 아침을 시작하자"
 

우리학교는 선도부를 없앴다. 학생회만 있다. 처음에 선생님들이 선도부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 걱정들을 많이 하고 무척 반대 했지만, 우리가 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진짜 보듬어 주면 나쁜 짓 할 것도 없다고 설득했다. 지금은 선생님들이 아침마다 교문으로 나가서 인사도 하고 포옹도 해주고 하면서 아침을 맞이해 준다. 분기마다 엄마들과 함께 하는 등교맞이는 토스트,우유,핫초코 등을 나눠주며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Q. 졸업생들에게 한 말씀
우리 학교는 운동장이나 강당에서 모여서 다 함께 하는 졸업식을 없앴다. 대신 자기가 공부해 오던 교실에서 선생님과 엄마아빠들과 테마가 있는  학급별 졸업식을 갖는다.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가지고 나가는 추억은 자기 담임선생님인 것이다. 일년을 뒷바라지 해주신 선생님이 아이들의 졸업장을 주는 것이 맞다. 전체가 모인 곳이 아닌 작은 교실에서 엄마아 아빠가 보는 앞에서 담임선생님이 주는 졸업장이 더 소중하고 추억스러운 졸업장인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언제 어느곳에서든지 '불의에 숨지 말고 항상 정정당당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에는 항상 앞장서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
 

퇴임후의 계획을 묻자 끝내 이야기 안해주시더니 말미에 한마디 하신다.
"마음속의 꿈은 소외되고 이탈된 말썽꾸러기 녀석들을 데려다가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하며 텃밭도 가꾸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배낭여행도 할 수 있는 그런 대안학교를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잡아주지 않으면 나쁜길로 갈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국내 배낭여행도 하고 아이들의 재능도 찾아서 키워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인간들에게 달란트를 하나씩 다 주셨는데 그것을 부모도 못찾고 학교 선생님들도 못찾으니까 아이들이 못찾고 포기하고 나쁜길로 가는겁니다. 그걸 찾아주는 것이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이 아닌가요  저는 돈없고 외롭고 불우하고 일탈한 우리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그러한 달란트가 있다고 믿어요. 그걸 찾고 싶어요 그래야 마음이 즐겁고 편안할 것 같아요"


김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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