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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잡념 없어야 정신이 건강

엠디저널 | 기사입력 2013/12/16 [06:50]

[Mental] 잡념 없어야 정신이 건강

엠디저널 | 입력 : 2013/12/16 [06:50]

정신집중이 안 되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머리가 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정신과 진료실에서나 주위에서 종종 본다. 어떤 학생은 책을 봐도 집중이 되지 않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책 위로 눈만 스쳐갈 뿐이어서 몇 시간을 공부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하고, 또 어떤 주부는 집안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그때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호소를 하는 사람들을 상담해보면 공통적으로 잡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잡념의 내용은 각각 차이가 있다. 집안일이나 회사에 대한 근심, 걱정일 수도 있고 현실도피처인 백일몽이나 공상일 수도 있다. 잡념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으니 정상적인 외부자극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잡념은 있다. 잡념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정도가 문제다. 잠깐 하는 잡념, 특히 공상은 힘들고 지친 생활에서 위안이 되고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현실상황을 대신 할 정도로 잡념이 많으면 우리의 머리는 외부현실의 자극을 적절히 받아들이고 소화하는데 장애가 있게 된다. 잡념이 햇빛을 차단하는 두터운 차양막처럼 외부자극을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뭘 봐도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런데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 거꾸로 이야기를 한다. 정신집중이 안되니까 잡념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왜 정신집중이 안되느냐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한다. 실제로는 잡념이 먼저 있고 그 결과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실제 환자를 예로 들어 보겠다. 20대 후반의 만학도인 환자가 진료실을 찾게 된 까닭은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신집중이 전혀 안 되고 뭘 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서였다.

이런 증세가 시작된 것은 몇 년 전부터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할 때였다. 별로 좋지 않은 대학을 2년인가 군대 가기 전까지 다녔는데 그때 항상 "여기는 내가 있을 데가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류 대학에 다니는 공상을 하였다. 그런 생활이 몇 년 계속되었다.

상담을 통해 환자는 그때 오랫동안 공상을 했던 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도 현실을 도외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난 뒤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이 환자는 공상의 벽 속에 갇혀 있다 보니 밖의 자극이 들어올 수 없었다. 오랫동안 습관들여진 공상의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보통은 몇 번 벽을 허물어뜨리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다.

치료자는 환자에게 이러한 작업은 시간이 걸리고 그걸 견디어야만 원래 집중이 되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환자가 잘 극복해낼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 이러한 환자들일수록 조급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공상의 세계로 쉽게 빠져들었는데 지금도 역시 조급하게 자기 상태가 빨리 호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기다려야 된다는 뜻이다. 공상이 있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걸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공상할 시간이 없다. 공상하는 마음이란 현실 도피적이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노력해서 이루기보다는 공상 속에서 욕구충족이나 하려 한다. 노력은 하기 싫고 목표하는 바대로 되고는 싶다. 그러다 보니 공상을 할 수 밖에 없다. 점점 현실과 멀어진다. 정신집중이 안 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이러한 점을 자각하고 현재 자기가 잡념으로 뒤떨어진 것을 인정하고 거기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되었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눈을 크게 떠서 현실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잡념은 줄게 된다. 간혹 잡념이 또 들면 머릿속에 불이 붙었다고 생각하고 바로 끄도록 해야 한다. 잡념은 우리를 태울 수도 있는 불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현실이란 잡념 할 틈이 없다. 순간순간 무슨 일이든지 할 일이 있다. 몸만 보더라도 생명현상이 치열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를 하고 배변을 하고 세수를 해야 한다. 또 몸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쉬어야 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몸 관리를 해야 한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이 밖에도 우리 몸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다.

그리고 또 우리 주위를 청소하고 정리 정돈하고 수리도 해야 한다. 휴식할 시간도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 놓여 있다. 부모 .형제. 친구. 직장동료 등의 관계에서도 찾아보면 항상 일이 있다.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바쁘다. 잡념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잡념이 많은 사람은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혹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주겠지 하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것이다. 잡념이 적어야 정신이 건강하다. 그러므로 잡념의 과다(過多)는 정신불건강의 척도가 된다.

선가(禪家)의 스승들도 항상 '지금 이 자리'를 중요시했고 어떤 선사(禪師)는 제자가 "도(道)의 경지란 어떤 상태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배가 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이다." 이라고 대답했다. 아무런 잡념 없이 그때 그 순간에 해야 될 일을 하는 상태가 최고의 경지라는 뜻일 것이다.
정신집중이 안 된다, 산만하다, 건망증이 심해졌다 싶을 때 혹 자기에게 잡념이 많지 않나 살펴보고 잡념으로부터 현실로 돌아오도록 노력하자.

붓다의 가르침과 서양 심리학의 통찰을 조화시키려는 오랜 노력의 결과 (저자-전현수)

불교적 접근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불교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불교가 무엇인가 말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이국적이고 낯설어서 이질적인 것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불교적 접근이 가지는 힘은 실제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동서양의 많은 정신치료자와 심리상담가들이 불교와 정신치료 또는 심리상담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불교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았거나, 불교 쪽에서 정신치료나 상담의 한계를 보완해 줄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불교와 정신치료의 통합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마크 엡스타인은 불교와 정신치료의 두 분야를 오랫동안 병행해 왔다. 하버드 의대 재학 당시부터 남방불교를 접하여 명상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의대 졸업반일 때는 하버드 의대의 스트레스 저문가 허버트 벤슨이 티벳 수행자를 대상으로 한 의학적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험도 했다. 저자는 정신분석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알았지만 정신분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때 '문제를 느끼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자는 불교 명상과 정신치료를 통합하게 되었고, 그 경험이 이 책의 기반이 되었다.

본 원고는 필자의 집필 시기와 게재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전현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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