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동성애(homosexuality)를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이 말의 유래는 에게해(海)에 있는 그리스령인 레스보스섬에서 따온 것으로 여류시인이며 여성 동성애자의 원조인 사포가 이 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섬에서 사포는 섬의 아가씨들과 노래와 춤으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며 그녀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그녀들이 점차 나이 들자 섬의 청년들과 눈이 맞아 사포의 곁을 떠나게 되어 사포는 혼자 고독을 시로 읊으며 자기를 버리고 떠난 아가씨들을 질투하며 외로운 생을 보내다가 기원전 588년 아폴론의 신전이 세워질 절벽에서 바다로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 따라서 여성 동성애자의 출생한 곳이며 그녀가 동성애를 마음껏 즐겼던 섬의 이름을 따서 여성 동성애자를 레즈비언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동성애를 주제로 한 그림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레즈비언을 주제로 한 그림은 그리 많지 않다. 다행히 레즈비언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찾을 수 있어 이을 보며 레즈비언의 사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부셰가 그린 <목욕한 디아나> 1742 프랑스의 화가 부셰(Francois Boucher 1703~1770)는 로코코의 대표적 화가의 한 사람으로 궁정화가로 활약했으며 아카데미의 장(長)을 지내기도 했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취재한 풍려한 여신이나 풍류계급의 풍습을 그렸다. 그는 요염하고 단아한 로코코의 가장 철저한 화법으로 평이한 색채와 경쾌한 화풍을 남기기도 했다.
<목욕하는 디아나>는 디아나가 님프와 목욕하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이것은 단순히 나체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디아나는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님프들에게 항상 정절의 의무를 강조했다. 이것은 남성에 대한 정조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실제로는 디아나의 님프들은 레즈비언의 무리였다. 디아나는 님프들 중에서도 칼리스토라는 님프와 동성애 관계에 있었는데 이러한 내막을 알아차린 쥬피다는 디아나로 변신하여 칼리스토에게 접근, 그녀와 관계를 가져 그녀를 임신시킨다. 즉 칼리스토는 같은 여성이기에 안심하고 몸을 맡겼는데 그것이 임신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그림 <목욕하는 디아나>는 디아나로 변신한 쥬피다와 칼리스토가 목욕하는 장면으로 숲 속의 호반 한 편에 사냥개, 사냥칼, 활과 사냥도구를 그려 쥬피다의 변신을 암시하고 화면 오른쪽에 푸른 천을 펼쳐 놓음으로써 마치 침대와 같은 입체감을 주어 그들의 성관계를 암시했다. 디아나가 두 다리를 꼰 채 앉아서 님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님프는 그녀의 겹쳐진 다리 사이를 신비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 그림은 레즈비언들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킨제이 보고서>에 의하면 레즈비언들이 사귀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처음 레즈비언들이 만나서 하는 행위는 포옹, 입맞춤, 유방의 애무 등이며 이런 행동은 레즈비언의 98%에서 행해진다고 한다. 그 다음 단계는 혀를 구강에 넣고 하는 입맞춤을 하는데 이것은 77%에서 행해진다고 했다. 다음으로 행해지는 것이 젖꼭지 빨기인데 이는 85%에서 행해지며, 다음은 성기 핥기(fellatio)인데 이는 78%에서 행해지고, 두 레즈비언의 성기 밀착 및 크리토리스를 마찰하는 트리바비아(tribabia, 女子相擦)는 56%에서 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디아나로 변신한 쥬피다와 칼리스토는 킨제이 보고서의 마지막 단계의 관계를 맺었는데 그것이 트리바비아가 아니라 정말로 남녀 성교가 되었던 것이다. 그전에 디아나와 칼리스토가 그런 행위관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칼리스토가 신기한 눈으로 디아나의 사타구니 사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으로 보면 무언가 그전과는 다른 것이 있어 신기함을 느꼈던 것 같다.
쿠르베가 그린 <잠> 1866 프랑스의 화가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는 사실주의를 주장한 화가로써 인물 초상, 정물화를 비롯해서 산이나 바다 경치를 다룬 풍경화의 걸작이 많다. 그의 작품 중에는 나체화로서도 유명한 것이 많은데 <세계의 근원>이라는 작품은 여성의 외성기를 중심한 배꼽, 유방의 일부, 사타구니, 음부의 짜개미 등을 그린 여체 토르소로써 당시 부유한 나체 수집가들이 군침을 흘린 그림이었다고 하는데 터키의 외교관 할릴 세리프가 그 소유자가 되었다.
이 그림에 재미를 본 세리프가 하루는 쿠르베의 화실을 방문했을 때 그의 눈을 끄는 그림이 있었는데 그것은 <질투심에서 프시케를 쫓는 비너스>라는 그림으로 그 내용은 비너스가 자기 아들인 큐비트의 애인 프시케가 자고 있는 모습에 반해 이를 바라보는 장면을 그린 여성간의 동성애를 다룬 그림이었다. 세리프가 이 그림을 사겠다고 했으나 그것은 이미 임자가 정해져 있었다. 그러자 세리프는 그 그림의 복제를 요구했으나 쿠르베는 새 그림을 그려줄 것을 약속하고 그려준 것이 바로 <잠>이다. 그 당시의 사회 풍조로 보아 화가가 여성의 나체를 그릴 때는 신화나 전설을 핑계삼아서 그렸는데 쿠르베가 레즈비언을 그러한 구실 삼을 배경 없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는 것은 그의 노골적인 사실주의를 다시 한번 고집한 것을 알 수 있다.
두 여인은 서로를 사랑하는 일로 피곤한 나머지 깊은 잠에 들어 있다. 두 여인은 침대에 몸을 맡기고 전연 무방비한 상태로 알몸을 노출시키고 있으며 침대 위에 널린 진주와 머리 핀, 탁자 위의 고급스러운 물병과 물잔, 어둠을 배경으로 빛나는 화병과 꽃 등으로 보아 이 레즈비언들은 부유층에 속하는 여성을 표현한 것으로 19세기말 파리 부유층 여성들의 실상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흩어진 머리카락과 떨어져 나간 머리 핀, 진주 목거리와 팔찌 등 몸에 지녔던 것이 몸부림으로 인해 떨어져나간 것으로 두 레즈비언 사이에는 서로의 크리토리스를 마찰하는 트리바비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림의 금발 머리에 흰 살결의 여인은 화가 호잇스다의 애인 죠라는 여인이며, 그녀를 부둥켜안고 다리를 올려놓은 검은머리의 여인은 그 체위로 보아 남성 역을 하는 레즈비언인 것 같다.
동성애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 첫째형은 ‘페더라스티’라 해서 두 사람 사이에 나이 차가 많아 마치 아들이나 딸 같은 상대를 사랑하는 동성애이며, 두번째 형은 ‘비시시즘’이라 해서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이 성전환을 하거나 또는 여장을 하여 평소에도 여자와 같은 언동을 하거나, 반대로 여성이 남장을 하여 마치 남자와 같은 언동을 하는 동성애를 말한다. 셋째형은 ‘호모필리아’라고 해서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남자 또는 여자 역을 하는 것으로 정해진 것이 없고 그때 그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동성애 등이 있는데 구미의 동성애자들은 ‘호모필리아’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림의 레즈비언 체위와 화가가 표현한 피부의 빛깔 그리고 잠든 얼굴의 표정 등으로 보아 죠가 여자역을 하는 것 같으며 또 나이차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레즈비언들은 ‘호모필리아’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