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보유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생존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다. 핵무기는 그 가공할 파괴력으로 어떤 첨단 재래식 무기도 무력화시키므로 대칭적 핵보유로 맞대응하지 않는 한, 억지(抑止)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북핵 불용’이 우리 대북정책의 기본전제이자 불변의 목표가 돼 온 배경이다. 과거 정부 시절, 북한 핵개발을 ‘자위용’ 또는 ‘협상용’으로 오판(誤判)해 대규모 현금과 전략물자를 지원해 막아보려 노력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 핵무장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북한정권의 실체를 외면한 채 선의(善意)와 설득에만 의존해서는 북핵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보유 의지는 ‘하늘이 무너져도’ 요지부동이다. 핵무장은 오랫동안 지속돼 온 북한체제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은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남한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슬로건으로 우리를 기만하면서 비대칭 핵·미사일 무력으로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려는 야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북핵 저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으나 실패로 끝나고 있다.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한 방안의 비효율성은 이미 입증됐고 중국의 영향력을 지렛대로 한 대북제재 방안 역시 중국의 소극적 자세로 실현 난망(難望)이다. 다만 미국 의회가 2월 12일 초강력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방안(secondary boycott)이 효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유도해 징벌적이고 혹독한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북한에 대한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제재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핵의 최대 당사자는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남북 합작의 상징으로서 북한 변화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음도 사실이나, 매년 1억 달러의 현금이 노동당 지도부로 유입돼 온 엄연한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공단에서 지불된 임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된 증거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은 북한 정권의 폐쇄성을 감안할 때 우문(愚問)에 가깝다.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란 속담이 있듯, 김정은 정권에게 들어가는 모든 달러는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轉用)된 것으로 판단해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촉즉발의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수백 명의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야 했던 점도 개성공단 중단 결정의 동기로 이해된다. 유사시에 대비한 일종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인 셈이다. 이제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미국의 초강력 독자 법안과 연계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북한 제재를 실행하느냐가 향후 북핵 억지의 관건이다. 앞으로 대북정책은 북핵 위기를 안보 강화와 북한 변화 및 통일 기회로 반전시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군사 모험주의를 억지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지금은 핵무장을 향해 거칠 것이 없는 북한에의 대응 방안으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교체)’ 마저 재거론되는 상황이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 내부의 적전(敵前) 분열 현상이다. 북핵을 목전에 두고 정쟁에 휘말려 국민적 단합을 이루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국가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바로 김정은 정권이 노리는 점이기도 하다. 한편 ‘자위(自衛)’ 차원에서 자체 핵무장 필요성도 제기되나 일단 핵확산금지조약(NPT) 범위 안에서 핵(核)잠재력 향상에 집중하는 ‘핵무장 선택권(nuclear option)’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주한미군에의 사드(THAAD·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단을 계기로 다층 미사일 방어망(MD)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미동맹에 입각한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 구축이 국가안보의 강력한 토대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안보주권 논리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외교 노력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2016.02.17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저작권자 ⓒ 뉴스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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