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수원시 팔달구청 대회의실. 새해를 맞아 구청을 찾은 염태영 수원시장이 회의실에 모인 직원 200여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 년에 휴가가 20일 정도 주어지는 것으로 압니다. 통계를 내보니 지난해 직원들이 평균 9일 썼습니다. 휴가를 다 쓰지 못하는 이유가 뭡니까. 답판을 들어주세요.” 직원들이 일제히 답판을 들어 올렸다. ‘내가 자리 비우면 옆 사람이 바빠진다’, ‘다른 사람에게 미안하다’, ‘가족과 시간이 맞지 않는다’, ‘아껴 쓰다 남았다’, ‘나는 떠나도 그들(민원인)은 몰려온다’ 등 다양한 답이 올라왔다. ‘5급이 쉬어야 6급이 쉬고 6급이 쉬어야 7급이 쉰다. 시장님부터 가자’는 긴 답도 있었다. 상사의 눈치가 보인다는 답은 의외로 적었고 가족과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답이 많았다. 염 시장은 직원들의 답을 일일이 읽어준 뒤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나도 직장생활 할 때 연휴 끼고 휴가 내는 사람 미웠다. 올해부터 샌드위치 휴일에 과감히 휴가내고 쉬는 것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시는 올해 구청 직원들과의 신년맞이 열린대화에 스케치북을 한권씩 나눠주고 시장이 질문하면 직원들이 답을 들어 올리는 형식의 대화를 선보였다. 이른바 스케치북 토크. “무엇이 공직자를 힘들게 하냐”는 질문에 ‘악성민원인이 전화 걸어 끊지 않는다’, ‘행사장 자리 채우기 위해 불려 다니기 정말 싫다’, ‘주말을 가족과 보내도록 주례회의 자료는 과장이 만들자’, ‘주차단속 할 때 부딪치는 거친 민원’ 등의 답이 나왔다. “막무가내 민원을 거절하면 불친절하다고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불평하면 시장은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 오히려 직원들이 상처 받는다”는 답판을 든 직원은 염 시장으로부터 “전후 사정을 잘 살펴 민원인이 잘못된 것은 민원인 잘못이라고 얘기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새해 소망에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기’, ‘아들 합격’, ‘딸 좋은 직장’, ‘책 백 권 읽기’, ‘직원 화합’ 등이 나왔다. 직원들의 소망에는 가족, 건강, 여행 등 키워드가 많았다. 이날 스케치북 토크에서 직원들은 시장에게 말하기 거북했던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시장은 직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직원들은 동료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장과 직원들이 서로 가까워졌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면 그것은 덤이다. 염 시장은 스케치북 토크에 앞선 인사에서 올해 청년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 수원형 청년정책을 시행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한 수원화성 방문의 해에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수원시 열린대화는 이날 팔달구에 이어 7일 영통구, 11일 장안구, 15일 권선구로 이어진다. 올해 신년 구청 방문에는 4월 총선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어 일반 시민은 초대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뉴스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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