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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교 철학 교수와 아마존 원주민, 누가 더 행복한가?

삶의 의미를 되묻는 우화소설

송미라 기자 | 기사입력 2015/12/02 [13:15]

뉴욕대학교 철학 교수와 아마존 원주민, 누가 더 행복한가?

삶의 의미를 되묻는 우화소설
송미라 기자 | 입력 : 2015/12/02 [13:15]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도전장을 던진 뉴욕대학교 철학 교수 이야기

열대 숲의 심장에는 지구 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족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에 젊은 철학자가 예고 없이 찾아든다. 바로 뉴욕대학교의 철학 교수인 빅터. 그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안정적인 직업과 부를 지닌 데다, 철학자답게 동서고금의 찬란한 정신적 유산을 섭렵한 지식의 소유자이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친다. 문명과 동떨어진 원주민들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아마존 밀림으로 여행을 떠난 그의 아내가 원주민 의식의 희생양이 되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충격을 받은 빅터는 대학에 사표를 내고, “행복에 대해서라면 아는 것이 없지만, 불행에 대해서라면 백과사전이라도 쓸 수 있다.”라는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긴 채 복수를 위해 아마존 밀림으로 떠난다.
 

빅터는 크라쿠스, 알폰소, 마르코라는 세 명의 가이드를 고용하고, 그들을 이용해 ‘대자연의 품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족의 균형을 깨뜨려 원주민들의 삶을 불행으로 이끌’ 치밀한 계획을 꾸미기 시작한다. 빅터의 첫 번째 명령 “원주민들이 부정적인 생각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게 하라.”를 수행하기 위해, 크라쿠스 일당은 매일 저녁 부족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글 타임’을 갖는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텔레비전 뉴스처럼 원주민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새로운 소식이란 결국 원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두려움에 빠뜨릴 ‘강 건너편의 이야기’이자,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에 일어난 사건’들일 뿐이다. 소식을 전할 메신저로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찾아와 달라는 크라쿠스의 부탁에, 미적 가치를 타인과 비교해 본 적 없는 부족의 샤먼 엘리안타는 깊이 고심한다. 그녀는 생각 끝에 미인과는 거리가 먼 ‘할머니’를 데려오는데, 원주민 사회에서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그 할머니가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빅터의 계획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에 정통한 철학 교수답게 빅터는 자신의 계획을 밀고 나가 원주민들을 그들이 믿고 있는 ‘위대한 세계’로부터 분리시키고, 마침내 부족민 개개인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립시키며, 물질에 대한 그들의 욕망을 일깨운다.


뉴욕대학교 철학 교수와 아마존 원주민, 누가 더 행복한가?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로랑 구넬의 우화소설 『어리석은 철학자』는 이렇게 우리와 먼 지구 반대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 빅터는 곧 우리 자신이다. 작가 스스로 소설의 주인공을 우리라고 표현했듯, 철학자 빅터를 비롯한 이야기 속 모든 등장인물을 통해 로랑 구넬은 ‘나’와 내가 사는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들인가?”라는 질문 아래 당연하고 평범한,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현대사회의 불합리한 모순을 지적한다.


저자와의 서면 인터뷰
이 소설을 몇 줄로 요약한다면?
—철학자 빅터의 이야기이다. 남미 원주민 부족의 손에 아내가 죽었다고 오해한 그는 복수를 결심하고,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겠다는 일념으로 아마존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샤먼 엘리안타와 맞선다.
 

『행복하고 싶었던 남자』와 『신은 익명으로 여행한다』 이후 낸 세 번째 작품이다. 이전의 소설들과 주제 면에서 달라진 것은?
—이 소설의 주제는 ‘우리’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사회’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익숙하고, 편하고, 그래서 더는 질문하지 않게 된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해 보고 싶었다.
 

새로운 시각이라는 게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늘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인 습관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형은 삶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의 반영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묻고자 한 핵심이다.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자주 듣는다.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연쇄 추돌 사고에 대해 듣게 되었다. 사고가 있던 날은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 사고가 우리 사회를 완벽하게 보여 주는 단면이라 여겼고, 그것을 계기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아마존인가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는 지혜를 얻을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서구의 영향을 받지 않은 원시사회와 우리 사회를 비교해 보고 싶었다. 비문명화된 사회는 불행히도 우리 시대에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서구 문명이 지구 곳곳에 퍼져 있고, 개개인의 생각과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오랜 정신문명이 서구 사상에 의해 깨끗이 지워져 버린 것도 사실이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우리가 문명이라고 말하는 세계와 접촉하지 않은 부족의 눈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


당신이 찾고자 한 지혜를 얻었는가?
—나는 현자와는 거리가 멀다. 구도의 길을 걷는 세상 모든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 길 위에서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소설가로서 그 여정을 글로 옮겨 독자와 나누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일 뿐이다.


지은이 | 로랑 구넬

철학과 심리학, 자기 계발에 관한 소설을 쓰는 독특한 작가이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클레르몽-페랑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14년간 세계 각지를 돌며 미국의 신경 과학자와 페루의 샤먼, 발리의 현자 등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각자의 관점에서 대답해 온 사람들이다.

로랑 구넬은 1966년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와 개신교 신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프랑스 세벤느 출신으로 프랑스의 아르데슈와 이탈리아의 베니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에서 성장했다. 베트남에서 25년을 산 어머니의 영향으로 아시아 풍의 집안 분위기 속에서 근엄하고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구넬은 몽상과 독서, 세계에 대한 관찰 등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열일곱 살에 구넬은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지만 “정신과 의사는 미래가 없다.”라고 말하며 회의적 의견을 내놓은 주치의에게 설득당했다. 생리학 교수였던 구넬의 아버지 역시 아들의 꿈인 정신의학을 경박한 학문이라 치부했다. 정신과 의사가 되기보다는 더 깊이 있는 학문을 전공하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구넬은 경제학 공부를 시작해 소르본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스물세 살의 나이에 미래가 보장된 회사원으로 기업 세계에 내던져진 자신을 발견한 구넬은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고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따라 그는 연이은 몇 해 동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탐구의 길에 올라 리베라시옹 기자로 일하며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 훗날 그는 이 기간을 ‘참수형을 받은 닭의 여정’이라고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 존재에 대한 최초의 열정이 되살아난 구넬은 심리학과 철학, 인류학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게 되었다. 미국, 유럽, 아시아를 돌며 현자들과 만나는 여행 속으로 뛰어들어 이후 15년간 인간관계 분야의 전문 카운슬러로 일하게 되었다. 결혼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첫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가장 친했던 친구로 인해 극심한 감정 변화를 겪은 2006년, 마침내 로랑 구넬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구넬의 첫 소설 『행복하고 싶었던 남자』(가제)는 2008년에 출간되어 프랑스 판매 1위는 물론, 25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2010년 구넬은 두 번째 소설 『신은 익명으로 여행한다』를 발표했다. 이 작품 또한 출간 후 프랑스, 스페인, 남미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며 영화로 제작되었다.
2012년 플롱과 케로, 두 출판사의 협력으로 출간된 『어리석은 철학자』는 현대사회가 갖는 문제를 다룬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랑 구넬의 이름을 또 한 번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삶을 배운 날』(가제)은 2014년 발표한 구넬의 네 번째 소설로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생의 의미를 탐구해 가는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작가 로랑 구넬은 현재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이 | 김주경

이화여자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프랑스 리옹 제2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좋은 책들을 소개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 미제라블』 『작은 사건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1, 2, 3』 『집시』 『토비 롤네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80일간의 세계일주』 『세계의 비참 1, 2, 3』 『흙과 재』 『성경』 『교황의 역사』 『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 『신과 인간들』 『바다 아이』 『흉터』 『인생은 그런 거야』 『신은 익명으로 여행한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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