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41년 만의 형제 상봉
김재천 기자 | 입력 : 2015/09/23 [09:00]
- 성남시 태평3동 주민센터 직원 도움으로 극적 만남 이뤄져
서로 헤어져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형제가 동 주민센터 직원의 노력으로 41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는 영화와 같은 일이 성남지역에서 벌어졌다.
성남시(시장 이재명) 수정구 태평3동 김은선 주무관은 지난 9월 7일 주민등록증 발급을 하러 온 김○○(68세) 씨를 만났다.
김○○ 씨는 본인의 이름과 생일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 자신의 나이도 주민등록번호도 알지 못했다. 전산으로도 주민등록번호 조회가 되지 않았다.
민원인이 여태껏 신분증 없이 불편하게 지내왔다는 사실을 딱하게 여긴 김은선 주무관은 김○○ 씨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쪽지를 단서로 추적을 시작했다.
쪽지에는 주소가 하나 적혀 있었다. 김은선 주무관은 조회 끝에 그 쪽지에 적힌 주소가 김○○ 씨의 본적지 주소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적등본을 통해 김○○ 씨의 주민등록번호와 김○○ 씨의 동생이 있다는 기록을 확인했지만, 주민등록번호는 전산등록 이력이 없었다.
김은선 주무관은 본인 확인을 위해 경찰청에 즉시 십지문 조회를 의뢰했다.
제적 등본상 동생으로 기록된 김△△(66세) 씨에게도 연락처 조회 후 연락을 취해 그동안의 사정을 설명했다. 김은선 주무관이 휴대전화로 전송한 형 김○○ 씨의 사진을 받아본 동생 김△△ 씨는 41년 전 실종된 형이 맞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동생이 전해준 사연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형제는 6.25전쟁 당시 어머니와 함께 북한(옹진군)에서 인천으로 피난을 왔다. 8남매 가운데 6남매는 전쟁 중에 숨졌다. 함께 피난 온 어머니는 1972년 암으로 사망하고 형제만 남았다.
형제가 헤어진 것은 1974년. 전국의 공사장을 옮겨 다니며 일을 하던 형 김○○ 씨가 어느 날부터인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생도 거주가 일정치 않다 보니 형과 엇갈렸고, 형제는 뜻하지 않게 생이별을 하게 됐다.
동생은 그동안 형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었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경찰인 딸을 통해 백방으로 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심지어 형이 고향인 북한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산가족 찾기 신청까지 해 놓았다.
김은선 주무관의 도움으로 생사가 확인된 다음 날 동생과 형은 태평3동 주민센터에서 41년 만에 만나 감격의 상봉을 했다. 형 동생 할 것 없이 하염없이 울었다. 동생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형과 식사도 하고 옷도 사드리는 등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김은선 주무관은 “민원인의 사연이 안타까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온종일 조회와 문의에 끈질기게 매달렸는데 이렇게 큰 결실로 이어지게 돼 보람이 있다”며 “다가오는 한가위에 형제분 가족에게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태평3동 주민센터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형 김○○ 씨를 위해 각종 사회보장서비스를 신청했으며, 추석을 맞아 이웃돕기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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